월곡동성당 게시판

기다림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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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3-05-02 ㅣ No.2816

보좌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한마음 수련원으로...

한마음 수련장은 제게 있어서 많이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장소입니다.

휴학을 하고 군대 대신 모라또리움 1년차를 그곳에서 1년 동안 영신수련을 받으며 지냈습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며 배운 시기였습니다.

지난날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신부가 되어 돌아온 제게 문득 그런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경진 1 :경진아, 넌 무슨 낙으로 사냐?

답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진 2 : 사제라는 이름에 또 하나 '사목자'라는 명패를 걸고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당연히 사

         목하는 낙으로 살지...

경진 1 : 그럼 사목자는 뭔데...

경진 2 :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일을 하는 사람이지...

경진 1 : 그럼 결국 사목은 주님이 하시는 거네...

         농사도 농부가 한다고 하지 곡괭이가 한다고 하지는 않잖아.

경진 2 : 생각해 보니 그러네...

 

조금은 어리숙하고 바보같은 1인 2역 대화를 통해 저는 제 자신이 요즘 어떻게, 어떤 마음

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보게 됩니다.

 

채워지지 않는 내 욕심이란 그릇! 투덜거림(?) 언제쯤이면 모든 걸 내어 놓을 수 있을지~

또 오늘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욕심을 부리겠지요? 자꾸 버리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근사치에 가까워는 지겠지요~

내가 너무 지나치게 나의 열정만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국 사목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주님께서 하시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전 또 다시 하느님의 이름을

빌어 주님의 일을 한답시고 제 일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가끔 만나는 이들에게 인내와 기다림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 자신은 조급해하고 안달하며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사람과의 만남 안에서도 우리는 너무 빨리 상대방이 자신이 바라는 대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급함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짐을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맙니다. 저

역시도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치졸함을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밥상 차려놓고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주님께 땡깡을 부렸는지도 모릅니다. 사제이기 이전에

인간이었기에 아무도 없는 밥상에서 식어가는 밥을 보며 홀로 외로움을 들이켰는지 모릅니

다.

 

기다림은 분명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제가 기다리지 못하고 투덜거렸다면 그건 사랑이

부족해서였을 것입니다. 이젠 기다림의 시간이 제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 여유를 갖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다릴까 합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님을 기다릴까 합니다.

 

주님, 저는 정말 가난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줄 저의 간절한 사랑이 있기에, 이 사랑 하나로 나는 모든 것을 가진 부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 간절한 사랑 하나 있다면 비록 저의 영혼이 가난할지라도...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가졌기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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