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월 29일(목) -30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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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7-30 ㅣ No.141

  7월 29일(목)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한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올해들어 처음으로 아무의 간섭과 걱정없이 책상에 앉아 밀린 글들을 쓰고 있다.

하루에도 너댓차례 경내를 돌며 천막이며 농성이며 돌아가는 상황들을 검검했는데....

오늘은 세 차례 돌아보았을 뿐이다.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 들어 또 확인해 본다.

천막도 농성하는 사람들도 없다. 이것이 정녕 현재의 모습인가? 자문해 본다.

분명 그렇지 않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수 많은 일들이 산재해 있는데.....

잠시의 휴식도 필요하리라.

또한 여기 말고도 다른 곳에서 여전히 시위와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그런 일들이 알려지지 않아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7월 30일(금)

  10:00경 어느 수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겨레 신문 광고란에 난 "양심수를 위한 시민가요제" 광고를 보았느냐는 전화다.

그러고 보니 원고마감에 밀려 조간신문을 읽지 못했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곤

한겨레 신문 광고란을 뒤적였다. 민가협 주최로 제6회 시민가요제의 광고가

5단으로 실려있다. 장소는 명동성당이었다. 그런데 왜 장소협조 공문을 보지

못했을까? 의아해 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방송국 녹음을 끝내고 전화를 하자고

생각한 후, 성당을 나섰다.

 

  12:30경 성당에 도착해 보니 민가협 어머니들 10여명이 계단에 모여

양심수 전원 석방과 한총련 이적규정 철폐"를 외치며 농성중이다.

민가협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협조공문도 없이 일간지에 광고를 내면

어떻하느냐?"고 물었다. 곧 대표자가 찾아 갈 것이라고 말한다.

 

  16:00에 민가협 대표들이 찾아왔다.

이미 60이 넘어 보이시는 어머니들 6분과 40대 후반의 간사 어머니 1분,

그리고 60이 넘어 보이시는 남성 1분, 모두 8분이 찾아왔다.

13:00경 공문은 사무실에 접수 됐고, 지금은 여기에 있다.

대표 어머니께서 공문에 대한 답변도 듣지 않고 무작정 신문에 광고를

내서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13년 동안의 힘들었던 일들에 대해

말씀하신다. 그 13년 동안 명동성당과도 많은 다툼이 있었음을 말하며

걷으론 엄하게 하면서도 많은 도움을 준 신부들께도 고마왔다고 말씀하신다.

 

  계단공사에 대해 설명하고 달라진 계단에서 어떻게 준비된 행사를

치룰것인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계단의 제질이 우레탄이고 우레탄 밑에는

열선이 깔려 있어 못이나 징을 박을 수 없는데, 이는 노약자들을 위한

시설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하자, 모두 공감을 했다. 특히 대표 어머니는

그 시설에 대해 고맙다고 말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일이 힘들기에 오늘 걸어보니 참 좋더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혀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행사를 치룰 것을 수 없이 강조하신다. 그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제가 아무리 안된다고 말해도 행사를 하실 것이면서

그러신다고 말하자 활짝 웃으신다.

 

  민가협의 일정(첨부참조)이 8월 5일부터 8일까지라 천막 1개동을 쳐야하고,

일일 감옥체험 감옥을 7개 설치해야 하며, 간이 무대도 만들어야 하는데...

걱정이시다. 몇 가지 안을 제시하자 그건 문제 없다는 것이다.

그럼 내일 실무자를 보내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하자 모두 눈물을

흘린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뭘 어떻게 했길래.....

대표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서신다. "내 13년 동안 울지않으려고

무척 노력했는데..... 오늘도 청와대에 가서 뒹굴며 싸우고 온 투산데......"

이미 흐른 눈물을 감추시려고 황급히 나가시며 잘 있으라고 소리치신다.

 

  하느님!

참으로 인정이 그리웠나 봅니다.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것 뿐인데.....

또 안된다고 해도 어차피 할 것이라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만 하면 그 뿐인데....

시대의 흐름이 만들어 놓은 양심수의 어머니들, 양심수의 가족들....

북녁과 남녁의 이산가족 만큼이나 가슴을 저미며 살아가는 그들...

자그마한 이해에 저렇게 감동하는 순수한 어머니들인데...

  하느님!

모두에게 힘과 지혜를 주셔요.

 

첨부파일: 민가협-1.rtf(4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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