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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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미 예 수 님 !
나와 개 [감사]
나는 지금도 개만 보면 두려움이 앞선다. 작은 놈 큰 놈 가릴 것 없이 두렵다. 쥐방울만한 놈도 깩깩거리면서 눈에 서리가 어리면 괜히 쫓아와서 발가락이라도 깨물까 봐 두렵다.
내가 이렇게 개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초등 학교 2, 3학년 때였다고 생각되는데 하루는 콩 볶은 것을 갖고 놀러 가면서 바둑이한테 한 개씩 던져 주고 나도 먹었다. 그래서 바둑이는 졸졸 따라오면서 한 개씩 던져 주는 콩을 주어 먹기 바빴다. 그런데 그 놈이 시답지 않았던지 순간적으로 덤벼들었다.
옆에 시궁창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시궁창이 없었으면 지금 이 모습은 없어졌고 코라도 떨어져 나갔을 는지도 모른다. 덤벼들면서 밀어서 난 방심한 탓도 있었겠지만 옆 시궁창으로 처박혔다. 흙투성이가 되자 개는 슬그머니 가버렸다.
이빨을 하얗게 까고 잔등에 털을 바짝 세우고는 으악 대며 덤벼들던 그 놈의 똥개 생각만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런데 그 바둑이가 평소엔 내가 무엇도 잘 주고 그날도 별로 많지 않은 콩 볶은 것을 그래도 별러서 주었는데 감사하기는커녕 나를 물어 죽 일려고 덤벼들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우리 본당에 전에 계시던 신부님이 먹이시던 카알 이라는 세파트가 있었는데 부제님이 매일 아침 우리에서 데 리고 나가 운동을 시켰는데 느닷없이 하루는 덤벼 들어서 병원엘 갔다는 소식도 부임하자 마자 들은 적이 있어서 더더욱 개 타부 현상은 나에게 심화되었다. 그 후에 그 놈은 보내버렸지만 지금도 개라면 싫다.
<신앙의 대화>
하등 동물은 감사할 줄 모른다. 감사한다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된다. 신문에 보면 개가 어떻고, 말이 어떻고 하지만 그러나 동물은 동물이고 믿을 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발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심히 넘기지 말고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감사할 것들뿐이다. 몇 분만 공기가 없으면 우리는 다 눈을 하얗게 하면서 죽을 것이다. 숨쉰다는 것 자체가 공기 때문인데 그 공기란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하느님께 감사해야 한다.
구두를 아무리 좋은 것을 산다고 해도 흙이 없었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 우리가 밟고 다니는 길에 흙은 우리가 빚어서 만들어 놓고 밟고 다니는 것이 분명 아니기에 감사할 뿐이다.
솟아오르는 태양도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겐 감사가 생활화되어야 한다. 감사를 모를 때 하등 동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
---<최기산 신부 지음> [등잔불]중에서---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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