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오래전 일화,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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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 [andrea1] 쪽지 캡슐

2009-05-28 ㅣ No.9424

어느날 무리지은 군중이 한 여인을 예수 앞에 끌고 왔다.

그들을 바라보는 예수에게, 무리를 대표하는 자가 앞에 나서서 말했다.
 
"예수여, 이 여자는 간통한 여자입니다. 이 여자는 남편을 두고도 다른 남자와 동침했습니다.
율법에 보니 간통죄를 저지른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예수님은 평소에 죄 지은 자를 용서하라고 하셨지요?
자, 이 여자를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예수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그들을 예수에게 보낸것은 바리새인들이었다.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이 쳐 놓은 그물에 예수가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바리새인들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예수가 돌로 치라고 한다면 이는 자신의 가르침을 부정하는 것이다.
예수가 그동안 가르친 모든 내용을 스스로 부정해야 한다. 살인을 명한 잔인한자가 된다.
예수는 도덕적으로 파산하게 된다.

 

예수가 용서해주라고 한다면 율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때는 예수를 신의 말씀을 부정하고 법을 어지럽힌 자로 잡아 가우면 된다.
예수는 법적인 파탄을 맞이하게 된다.

 

어차피 바리새인들에게 여자가 어찌되든 그것은 관심없는 일이었다.
그들로서는 그냥 평소하던대로 여자를 죽였으면 그만일뿐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 여인에 대한 판결을 예수에게 물어보라며 사람들을 보냈다.

 

무조건 그들이 이기는 게임. 목적은 여인의 판결이 아니라 예수의 파탄!
이걸로 그동안 그들의 지배권력에 순응하던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불어넣는 눈엣가시같던 인물을 처치할 수 있었다.


예수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매맞고 지쳐있고 바닥에 쓰러져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인을.

 

예수는 군중을 바라보았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자신의 입을 바라보고 있는 군중을.

 

예수는 바리새인들을 바라보았다.
군중을 조종해 예수에게 보내놓고도 멀찍이 뒤에서 미소짓고 있는 그들을.

 

마침내 예수는 입을 열었다.

"너희중 죄 없는 자가 먼저 이 여인을 돌로 치라."

논리적인 대답은 아니었다. 다만 군중의 양심에 대한 마지막 호소였다.

 

군중들은 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하나 둘 흩어져서 사라져갔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바리새인들이 아까운 기회를 놓친 아쉬운 눈빛을 흘기며 사라져갔다.

마침내 여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가거라.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겠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번 권력자는 잠시 생각해봤다. 어떻게 하면 권력에 저항해
정의를 말했던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까.

 

그들도 역사에서 배운게 있다. 그물은 어설프게 치면 안된다는것을.
판단을 군중에게 맡길 필요가 없다는것을.

양심을, 정의감을, 동정심을 가진 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길 필요가 없다.
권력층이, 검찰이, 언론이 직접 나서서 판결하고 군중에게는 조금만 알려주면 된다.
그렇게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힐지라도 직접하는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의 주변을 들쑤셨다.
그의 친구가 그의 부인에게 돈을 준 사실, 그의 자식들이 그 돈을 쓴 사실, 그의 비서가 돈을 받은 사실...
검찰은 그 돈을 주고받은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아니, 진실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댓가성이 있는지, 뇌물인지 아닌지, 법적인 처벌이 가능할지 아닐지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검찰에게는 어차피 그들에 대한 처벌은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으니까.

 

굳이 그를 불러 물어보아야 했다. 처음부터 목적은 그에게 있었으니까.

"자, 당신은 당신 주위사람들이 돈을 주고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검찰에게는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었다.

 

모른다고 사실을 말하면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동지들을 팔아넘긴 파렴치한이 된다.
그는 도덕적인 파산을 하게 된다.

 

알고있었다고 거짓을 말하면 그는 자신의 신념을 어긴 범법자가 된다.
그는 법적으로  파산하게 된다.

 

 

치밀한 덫이었다.
"너희중 뇌물 받지 않은자가 이들을 정죄하라"
라고 말할 수 없었다.

 

권력자들에게 양심이 없다는것은 확인되었다.
그의 동지들의 부정을 비난하는 그들에게 너희들은 우리의 열배나
부패하지 않았느냐라는 했을때 그들은 코웃음조차 치지 않았으니까.

 

검찰에게 정의가 없다는것은 확인되었다.
그들은 언제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했으니까.
그들을 풀어준 자는 약하다고 물어뜯고 그들의 목줄을 움켜쥔 자에게는 강하다고 기는 자들이니까.

 

마지막으로 언론에게 최소한 인간의 권리라도 달라고 했다. 
그들에게도 동정심은 없었다.

 

자신의 사람들과 자신의 신념 양쪽을 모두 지킬수 없었다.
어느것도 양보할 수 없는 그 두가지.

 

마침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어줄께. 그러니....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몸을 던졌다.


그들은 환호하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안타깝다고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억지로 근엄한 표정을 짓고
나오지 않는 눈물을 짜냈다.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군중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돌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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