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태강아파트 주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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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 [cafe71] 쪽지 캡슐

2007-09-12 ㅣ No.3744

처음으로 글을 남기네요.
 
저는 태강 아파트 1006동에 살고 있습니다.
태릉 성당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이고, 납골당 반대 본부와 10미터도 안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생산적인 논쟁을 위해 글을 쓰기전에 간단히 제 소개를 먼저 해야 겠네요.
 
저는 개신교 신자입니다.
천주교와의 인연은 학창 시절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집회를 했던 것 말고는 없습니다.
10여년전 온 종일 서울 시내를 뛰어다니다가 명동성당 앞에서 정리집회를 하면서  명동성당을 바라보노라면 너무 평화로와 보이고 넉넉히 품어 줄 것 같은 분위기가 항상 경외스럽고 신비로와 보였습니다.
또 하나 있네요. 선후배와 동료들이 성당에서 결혼식 할 때 참석한 기억,,,일반예식장 결혼식 보다 참 길다는 생각.
이것이 지금 당장 생각나는 천주교와 저의 인연의 거의 전부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납골당을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이젠 우리도 장례문화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대안적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요.
지방에 있는 우리 선산도 거의 포화 상태여서 집안 어르신들에게 납골당을 새로 지어 조상들을 모두 한 곳으로 모시고 앞으로는 납골당만 이용하고 기존의 묘역은 임야로 가꾸자고 5~6년 전 부터 이야기 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그리 녹녹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명절날 이 주제를 꺼냈을때는 된통 꾸중을 들었는데 지금은 다들 반신반의 하십니다.
 
이 동네에 이사온지 대략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11월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이 동네 그런데로 사는데 불편함 없이 살았던것 같습니다.
그동안 납골당 반대운동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았지만 올해 여름은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저는 직업상 주로 오전에 취침을 합니다.
오전 8시 전후로 부터 반대본부에서 틀어 놓은 음악소리와 사이렌 소리에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심야시간에 갖은 소음, 주일날 신자들의 출입을 막거나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투쟁본부 주민들의 행동에 대한 불만 보다는 천주교 측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집니다.
 
이제 각설하고 저의 의문들을 생각나는 데로 풀어 보일터이니 시간이 되시면 설명 좀 부탁 드립니다.
아 ~ 먼저 성당에도 찾아가 보았습니다. 물론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요.
 
1. 왜 주민들과의 대화는 안 하시는 지요.
댓글 다신걸 보면 설득이 불가능 하기에 행정적으로만 진행하신다고 하셨는데, 세상 모든일이 법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공청회를 열고 토론회나 간담회를 통해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들을 하신다면 최소한 9일날 벌어졌던 불상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설령 공청회 자리가 난장판이되고, 토론회 자리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한다 해도 최소한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는 먼저 만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납골당은 허가사항이 아니고 신고사항이어서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없다 라고 말씀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시설물이어서 주변 사람들의 동의를 얻고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닌가요?
 
정말 많은 흉흉한 소문과 비난이 난무하는데 이 모든 문제를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 하십니까?
 
2. 9일날의 행사는 그 많은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강행해야만 했습니까?
전 천주교인이 아니어서 행사의 의의는 전혀 모릅니다만 준공이 다 된지 3년이 지나서 봉안식(? 용어가 맞나요)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예상 되었고, 천주교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경찰에 공권력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그렇게 까지 하면서 궂이 9월에 진행하여야 할 이유가 있었나요? 판결이 나온 다음에 행사를 진행 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상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가며 종교행사를 한 예가 또 있나 궁금합니다.
 
3. 주민들의 요구가 정말 님비현상만 일까요?
월요일날 신문에 명쾌하게 정리가 되어서 나왔더군요,
선진장례문화를 선도하는 천주교와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님비현상을 보이는 공릉동 사람들이 추기경에게 테러를 했다. - 언론에 비춰진 모습을 제 나름대로 해석한 것입니다.
지역 주민의 요구를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경청해 보십시요. 단지 님비 현상만 있는 것인지...
성당앞에 계신 나이 많으신 분들의 욕설이나 오물투척 신도들에 대한 정신적 물리적 폭력등 가시적인 부분들 말고 혹시 주민들의 요구에는 경청할 만한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재고해 주십시요. 
 
4. 사회적 조정자 역활은 포기 하시는 겁니까?
천주교는 그동안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야기 되었을때 조정자내지는 중재자 역활을 충분히 해왔습니다.
그 역활의 지대함이란 여타 종교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하지만 적어도 공릉동 일대에서는 대립과 갈등의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5.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면 봉안당 운영을 하실 계획이십니까?
주민들의 동의 없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미 감정이 극한으로 치달은 주민들이 설령 봉안당이 법적인 하자가 없다 는 판결을 받았다고 장례차량이 들어 올때 묵묵히 지켜만 볼까요? 천주교인들이 그렇게 존경하는 추기경에게 봉변을 주었는데 장례차량이 들어올때 환영하지는 않겠지요. 그렇다고 설마 3200기의 유골이 들어 올때마다 전경버스 100여대와 수천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 하실 계획은 아니겠지요.
하루에 하나씩 들어와도 10년이 걸리는데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6. 아파트 값 운운 하시는데 정말 납골당이 들어서면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 들어와서 댓글을 보니까 결국은 아파트 값이다라는 말이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 못합니다.
이 동네 아파트 가격 알고 계십니까?
서울시내에서 1700세대의 대단지에, 역세권이면서 이 정도 깨끗한 아파트 중에 태강아파트 보다 싼 아파트 있으면 말씀해 주셔요. 저라도 당장 투자하게요...
이 곳은 더 떨어질래야 떨어질 것이 없습니다. 21평형은 강남권 아파트 화장실가격 보다 저렴합니다.
또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모주 집주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임차인은 집값과 전세값이 떨어지면 더 좋아할 텐데 왜 반대를 하는 것 일까요?
물론 반대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집 값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번 사태를 단순이 아파트값으로 치환해 버리면 더이상 생산적인 대안은 안 나옵니다.
 
7. 승소판결을 얻거나 패소판결을 얻어도 모두 천주교에 불리한데 왜 굳이 법적으로만 말씀하십니까?
이제라도 주민들과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십시요.
이 동네 살아보니 주민들 괴물은 아닙니다.
설득이 안 되면 포기 할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부안에 방패장을 건설할 때 정부에서 공권력이 부족해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8.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 드립니다.
어떤 식으로든  9일날 공권력을 동원한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먼저 사과 하십시요.
추기경님 덕분에 교회 못간 사람 많습니다.
주일날 오전에 그런식으로 동네를 온통 막아 버리는 경우가 어디있습니까?
 
천주교 측에서도 한 걸음 물러나서 사태를 냉정히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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