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완벽함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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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6-01-06 ㅣ No.494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셀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 1952-1999)은 <잃어버린 조각 My Missing Piece)라는 동화에서 '완벽함의 불편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장영희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 139쪽 이하에 요약된 내용입니다.)

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온전치 못한 동그라미가 있었습니다. 동그라미는 너무 슬퍼서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습니다. 여행을 하며 동그라미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잃어버린 내 조걱 어디 있나요?" 때로는 눈에 묻히고 때로는 비를 맞고 햇볕에 그을리며 이리저리 헤맸습니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기 대문에 빨리 구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힘겹게, 천천히 구르다가 멈춰 서서 벌레와 대화도 나누고, 길가에 핀 꽃 냄새도 맡았습니다. 어떤 때는 딱정벌레와 함께 구르기도 하고, 나비가 머리 위에 내려 앉기도 했습니다.

오랜 여행 끝에 드디어 몸에 꼭 맞는 조각을 만났습니다. 이제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어 이전보다 몇 배 더 빠르고 쉽게 구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떼굴떼굴 정신없이 구르다 보니 벌레와 얘기하기 위해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꽃 냄새도 맡을 수 없었고, 휙휙 지나가는 동그라미 위로 나비가 앉을 수도 없었습니다.

"내 잃어버린 힉, 조각을 찾았지요, 힉!"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너무 빨리 구르다 보니 숨이 차서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한동안 가다가 동그라미는 구르기를 멈추고, 찾았던 조각을 살짝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몸으로 천천히 굴러가며 노래했습니다. "내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나비 한 마리아 동그라미의 머리 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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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고, 조금 느리더라도 가끔은 꽃 내음도 맡고 노래도 불러가며,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다고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사회보장 제도가 최고로 보장된 스칸디나비아 삼국에서 자살율을 최고로 높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자신이 조금 모자라거나 느리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열등감 갖지 맙시다. 그런 모자람이 오히려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틈을 마련해준답니다. 이런 인생의 역설이 있기에 살만한 인생인가 봅니다.
새해에는 너무 뛰지말고 좀 천천히, 느리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아봅시다. 대개 템포가 빠른 음악보다는 느린 음악이 우리 마음에 여운을 오래 남깁니다.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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