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1000번 돌파를 축하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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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 [ychul] 쪽지 캡슐

1999-03-19 ㅣ No.1007

 

게시판 1000번 돌파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아울러 본당신부님께 존경과 찬사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정릉성당 게시판 1000번 돌파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저의 작은 묵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님의 침묵

 

 

 

당신은 그 모든 능력을 지니셨음에도 왜 그리도 비참하게 갖은 모욕을 받으시며 돌아가셨습니까

 

말씀 한 마디로 온 세상을 당신 뜻대로 평정하실 수 있었음에도 왜 그리도 무거운 십자가를 혼자서 지셨습니까

 

당신의 능력대로라면 무엇이든지 당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련만 당신은 왜 몸을 가릴 천조각 하나 없으셨습니까

 

참 인간으로 오셨기에 자신을 과시하고픈 욕망, 남들 위에 우뚝 서고 싶은 욕심, 남 보다 더 가지고 싶은 마음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당신에게는 한낱 스쳐 가는 바람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그리도 멋있어 보이는 것이 당신 눈에는 앙상한 가지였습니다.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바로 아버지의 뜻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뜻만이 당신의 시작이요 마침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리도 무거운 십자가를, 지셔야 할 아무런 이유도, 죄도 없으신 당신께서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었지만 그 이유는 그 이유는 진정으로 저를 사랑하신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랑의 모습을 닮게 하시려고 그렇게 애쓰시고 십자가까지 지셨건만...

 

오늘 제 모습은 어떻습니까 입으로는 당신을 믿고 따른다고 하면서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당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하지만 당신은 아무 말 없으십니다.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그냥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기다리십니다.

 

남 보다 내가 더 인정받고 싶고, 남 보다 내가 더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고, 남 보다 내가 더 대우받고 싶고, 남 보다 내가 더 갖고 싶고, 남 보다 내가 더 잘되고 픈 저의 욕심을 부둥켜안으시고 침묵하십니다.

 

때로는 이것들 때문에 상처받고 의기소침해 하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는 저의 마음을 어루만지시며 침묵하십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아버지 품안에서 평화를 누리는 것임을 깨우쳐 주시고자 오늘도 변함없이 제 곁에서 침묵하십니다.

 

오! 나의 주님, 나의 예수님

저도 알고 있습니다.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게 무엇을 원하는 지를

 

그러나 세속의 가치에, 세속의 즐거움에 너무 깊이 물든 저이기에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습니다. 그것을 당신도 알고 계시기에 이렇게 침묵하고 계신 것이 아닙니까

 

언젠가는 그 세속의 즐거움, 쾌락에 등을 돌려 당신의 품안에서 기뻐할 날이 오리라는 희망 속에서 오늘도 제 곁에서 눈물을 삼키시며 침묵하십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그 침묵의 참 뜻을 깨닫게 하소서. 당신 기다림의 참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그래서 저도 사람에게서, 저의 일들로부터 실망하지 않고 기다리게 하소서.

 

당신께서 희망으로 저를 기다리시는 것처럼 저도 조그만 희망 속에서, 아니 희망이 없는 절망 속에서도 당신을 그리며 희망을 갖게 하소서.

 

오! 나의 주님, 나의 예수님

당신께서 걸어가신 그 십자가의 길, 당신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여정 그 길이 바로 제가 걸어가야 할 그 길 임을 깨닫게 하소서.

 

당신 생각이 저의 생각이 되고, 당신 언어가 저의 언어가 되고, 당신 행동이 저의 행동이 되게 하소서.

 

바로 그것이 당신께서 저를 부르시고 선택하신 제일 목적임을 알게 하소서. 당신께서 제게 바라시는 유일한 바램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 말씀 안에 살게 하소서.

 

당신과 함께라면 어느 곳에나 아니 지옥 불에도 뛰어들 수 있는 믿음을 주소서. 당신께서 제 생의 전부이옵니다.

 

                                                                                                 아 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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