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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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현 [zihion] 쪽지 캡슐

1999-12-21 ㅣ No.910

추기경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상계3동 본당에 다니고 있는 강지현 율리안나라고 합니다.

 

추기경님의 영명축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추기경님, 제가 어릴적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TV에서 교황님을 선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나오드라구요, 각국의 추기경들이

 

합숙(?)을 하면서 생활하다가 어떤 한 추기경을 추천해서 (만장일치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요) 뽑는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예전에 젊었을 때의 김수환 추기경님도 가셔서

 

선거에 참가하신 모습을 봤거든요. 어린마음에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던지... 그리고 또

 

그러드라구요. 교황님은 종신직이라구요. 돌아가실 때까지 하느님을 위해서 봉사하시다가

 

하느님께 가시는 교황님... 전요, 그때 어린 마음에 다음 교황님은 꼭 김수환 추기경님이

 

되야한다고 생각했답니다. 세계각국의 언어를 섭렵하시고, 온세상에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시고, 추기경님께서 그 멋지고 웅장한 교황님의 모자를 쓰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지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교황님이 한 분 정도는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천주교라는 종교를 남이 주는 것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애써 찾고 찾아서 들여온것이니까요.

 

그리고 추기경님께서 언젠가 어떤 시사지에서 뽑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에 당당히 1등으로 뽑히신것도 저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제가 어렸을때, 제가

 

살고 있는 상계동이 한참 재개발로 온 동네에 철거의 바람이 불었을때, 추기경님께서 그

 

폐허 속인 상계동에 오셔서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기억하시나요? 그때 저의 아버님께서는

 

추기경님과 악수를 하시고는 집에와서 손도 안 닦으셨던 일이 저는 기억납니다. 추기경님

 

손이 참 따뜻하시다고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

 

추기경님! 제가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요, 추기경님이 오래오래 사셔서 꼭 교황님이 되시는

 

거랍니다. 추기경님을 뵈려면 로마 교황청에 가야할 그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

 

욕심이 너무 과했나요? 하지만, 하느님께 때쓰고, 매달리고, 징징거리면 꼭

 

들어주시잖아요, 그래서 전 이왕 때쓸 거 좀 큰 걸로 때좀 써볼려구요.

 

추기경님, 전요, 예전에 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요, 왜 헤어졌는지 아세요? 그 오빠

 

아버지가 성결교회 목사님이거든요. 저보고 사랑이나 종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시길래 전

 

종교를 택했습니다. 물론 가슴은 아팠지만, 주님과 성모님을 그리고 어렸을때부터 가져온

 

신념을 부정하는 것 보다는 가슴 아프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추기경님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다가 교황님도 되시구요,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성직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구요, 이건 저희 상계3동 본당에 관한 건데요, 저희 성당이 그래도 꽤 많은 신자가

 

있고요, 4호선 당고개역 부근에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공부방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

 

성당에 계시던 성심 수녀원이 사정상 철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녀님들께서 글방을

 

맡아주셨는데요, 수녀원이 철수 되면 공부방을 돌보는 일은 신부님들께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저희 성당에는 본당신부님과 보좌신부님 한분 합쳐서 신부님이 두분밖에 계시지

 

않습니다. 성당 사목과 공부방 일, 그리고 성당 증축과 교육관 건립으로 생긴 빚 문제들을

 

신부님 단 두분 만이 진두지휘하며 해쳐나간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울 교구청에서는 더 이상 신부님을 보내주기 힘들다고 하셨답니다. 저희

 

본당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지요. 추기경님! 만약 추기경님께서, 저희 상계3동 본당에 보좌

 

신부님 한분을 더 영입할 수 있게 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시다면, 저희 본당을

 

위해 도움이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만약 그 일이 추기경님의 권한 밖의

 

일이라해도, 이러한 사정을 다른 신부님께라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너무 어려운

 

부탁이지요?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리는 부탁이니 너무 무리하시진 말아주세요. 제가

 

너무 죄송하니까요.

 

추기경님, 제 말씀이 너무 길어져 버렸습니다. 추기경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냥 글을

 

마치기 아쉬워서 제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럼 행복한 성탄과 기쁜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영명축일 축하드립니다.안녕히 계세요!

 

zihion@unitel.co.kr    상계3동에 사는 강지현 율리안나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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