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6년 1월호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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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12-19 ㅣ No.40

 

1.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됩시다

희망에 넘친 새해를 맞아 단원 여러분과 가족들의 영육간의 건강과 성모님의 품안에서 기쁨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단원생활을 보람있게 하려면 언제나 나 자신의 신원을 재확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성모님께서 항상 내 옆에 계신다는 확신을 마음에 지니고 생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건전한 나를 굳건히 서 있게 은총을 주시며 붙들어 주시는 성모님께 감사를 드리고 보답하겠다는 불 같은 충성심을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세상사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기에 단원생활을 한다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영성생활을 등한시하다가 냉담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어떠한 처지에 있더라도 후회없는 단원생활을 해야 합니다. 단원들은 성모님으로부터 과분한 은총을 받았으며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변함없는 사랑과 은총을 받게 됩니다. 이보다 부자가 어디 있으며 이보다 성공한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성모님께서는 레지오 단원들에게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활동할 것을 당부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수고와 봉사를 많이 하였지만 한층 온전히 투신할 것을 바라고 계십니다.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을 성화시키기를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단원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기는 덕스러움이 있어야 하고 주어진 활동을 묵묵히 실천해야 합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단원을 레지오 대열에서는 필요로 합니다. 자기를 홍보하는 단원은 올바른 레지오를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며 하느님의 빛을 밝히고 영토를 확장하며 증거하는 단원이 됩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주님께서 주신 무기로 완전무장을 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진리로 허리에 띠를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굳건히 서십시오. 발에는 평화의 복음을 위한 준비의 신을 신으십시오. 무엇보다도 믿음의 방패를 잡으십시오. 여러분은 악한 자가 쏘는 불화살을 그 방패로 막아서 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구원의 투구를 받아 쓰고 성령의 칼을 받아 쥐십시오. 성령의 칼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에페 6,14~17).

강력한 악의 세력들이 쉴 새 없이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깨어있지 않으면 어린양들은 모두 이리떼에게 물려갈 것이며 결국은 자신까지도 죽게 될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영적 완전무장이 해제되면 세상은 희망이 없습니다. 절망과 고통과 슬픔 속에서 영혼이 메말라 죽어가는 사람들이 넘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가시밭길로 향하는 외인들과 쉬는 교우들을 주님의 품으로 인도하기 위해 나보다는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고 활동하는 단원이 됩시다. 열심히 활동한 단원들에게 승리의 빛나는 월계관을 하늘에 마련해 놓으실 것이며, 이 세상에서도 필요한 만큼 반드시 채워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훌륭한 단원의식을 정립하고 레지오 목적에 합당한 단원이 되어 비틀거리는 이웃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증거하는 단원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_고재영 야고보 신부

 

 


2. 깨끗한 마음과 순박한 지향

준주성범 2권 4장

1. 사람이 세상 것을 떠나 위로 오르는 데 두 날개가 있으니, 즉 순박과 순결의 날개다. 지향에는 반드시 순박이 있어야 할 것이요, 감정에는 반드시 순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순박으로는 사람이 하느님께로 향하고, 순결로는 그분을 얻어 누리게 된다. 네가 안으로부터의 무슨 절제 없는 정에서 벗어나면, 어떠한 선한 행동이라도 네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것과 남이 유익 외에는 아무것도 네가 뜻하지 않고 찾지 않는다면 안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네 마음이 바르면 모든 조물은 생명의 거울이 될 것이요, 거룩한 학문을 가르치는 책이 될 것이다. 조물이 미소하고 천하다 할지라도, 하느님의 선을 드러내지 못할 만큼 그렇게 미소하고 천한 것은 없다.

2. 네가 안으로 착하고 조촐하면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볼 것이요, 잘 알아들을 것이다. 조촐한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투시한다. 누구나 제 속에 머금은 그대로 밖으로 판단한다. 이 세상에 무슨 즐거움이 있다면, 이는 과연 마음이 조촐한 사람의 소유물일 것이다. 또 어느 곳에 무슨 곤란이 있고 걱정이 있다면, 이는 양심이 악한 자가 제일 잘 경험할 것이다. 쇠가 불에 들어가면 녹이 없어지고 온 덩어리가 빛남과 같이, 사람이 완전히 하느님께로 향하면 게으른 생각이 벗겨지고 새사람으로 변한다.


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시간은 우리에게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보게 하고 다가올 미래를 향하여 나아갈 우리를 내다볼 수 있도록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과연 어떠한 지향을 갖고서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위의 준주성범에 보면 우리가 삶을 돌이켜볼 때 가져야 하는 지향은 순박과 순결이라고 말합니다. 순박함은 사람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고, 순결은 하느님을 얻어 누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순박한 지향은, 자신이 하던 일에 매여서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표지판이 되고, 마음이 순결하면 매 순간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혹과 같은 절제 없는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봉사를 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마음이 순박하면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하고 내적으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이 순결하면 주위 사람들과 만물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비춰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이 만드신 물건은 작고 천한 것이라도 하느님의 선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순간순간 식별의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내가 한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내가 선택한 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인가? 과연 나는 올바로 봉사하고 있는 것인가? 종종 이러한 질문을 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정화시키고 바쁜 생활에 쫓기는 우리가 숨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영성생활에 있어서 바쁘다는 것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바쁘다는 것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빼앗아버리고 만다면 영혼이 점점 메말라갈 것이며, 매일 드리는 기도는 형식적인 울림이 될 뿐 내 마음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남 보기에는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지향과 마음이 다르다면 실상은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이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하느님께 봉헌하는 거룩한 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를 만족시키려는 사람은 매번 자신이 한 일로써 누군가의 칭찬을 들으려 하고 확인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봉헌하는 사람은 오히려 감사와 찬미를 드릴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난 한 해 동안 어떠한 지향으로, 어떠한 마음으로 봉사하였는지 돌이켜 보십시오. 쇳덩어리가 불 속에 들어가면 녹이 다 없어지고 빛나게 되는 것처럼 여러분의 영혼도 본래의 순박한 지향과 순결한 마음을 찾게 되시길 바랍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은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아멘.

_윤병길 세례자요한 신부

 

 


 

3. 새해 첫날에 함께 나누고 싶은 사색과 묵상

떠나가는 세월에 나를 마냥 맡길 수는 없고 새로운 포부와 희망으로 또다시 새로운 한 해를 열어야 합니다. 유수 같은 세월에 나 자신과 우리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자동화되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사고와 묵상이 없고 어딘가 구멍이 뻥 뚫린 듯 모자라고 부족한 면면이 많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사람은 반드시 자의식을 지니며 정체성, 자기 동일성을 밝히고자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의식없이 산다고 하면 이는 짐승들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의 하나인 이집트에 가면 스핑크스가 있습니다. 스핑크스가 길가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제대로 하면 살려주고 그렇지 아니하면 죽였다고 합니다. 󰡒아침에는 네 발로, 낮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가는 것이 무엇이냐?󰡓 󰡒사람(인생)󰡓이라고 제대로 답을 맞추지 못하면 인생을 살 자격이 없다고 죽였다는 것입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내에 성직자 묘지가 있습니다. 그 묘지 입구 양쪽 돌기둥에 라틴말로 이런 문귀가 있습니다. 󰡒Hodie Mihi, Cras Tibi.󰡓 이 말은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뜻입니다. 바로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간 이가 살아있는 나에게 던지는 말입니다. 󰡒오늘 나에게 죽음이 와서 내가 이렇게 누워있지만 내일은 바로 당신의 차례입니다󰡓라는 말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들 가까이 있는 이가 하나둘 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백년이 지나서 지금 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을 이가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누구나 죽음 앞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갈망은 무엇입니까. 영원히 죽지 아니하고 사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우리의 관심과 시선을 우리 자신과 인생에 집중해 봅시다.

오늘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현재를 살아갑니다.나는 천년만년 살고 싶어하며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시시각각 시련과 유혹에 직면합니다. 때로는 심한 자괴감과 더불어 허무의 수렁에 빠지기도 합니다. 나를 싸고 있는 정황은 나를 불안하게 합니다. 인간의 조건, 나의 현실은 생로병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내가 원해서 임의로 작정하고 선택해서 세상에 나온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피투된 존재, 우리가 이 세기 이 세상에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던져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명의 주인이 아니며 존재 근거 자체가 나를 불안하게 합니다.

인생에 황혼이 온다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합니다. 또한 병마가 시시각각으로 나를 괴롭힙니다.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대 안 맞고 약 한 첩 처방받지 않은 이가 있습니까. 알지 못하는 병마가 나를 괴롭히고 불안하게 합니다.

결정적으로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죽는다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죽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것입니다. 죽음이 곧 불치병이요 반드시 풀어야 할 당면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눈을 들어 사방팔방 다시 둘러봅시다. 불완전한 인간의 조건, 정황 가운데서 오늘의 신앙자로 불림받고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 속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감사할 일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오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기까지 하셔서 부활이라는 결정적인 승리, 영원히 사는 삶을 가져다 주신 신비를 묵상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하고 은혜롭고 신나는 일입니까. 금년 한 해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또한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은 사색과 묵상에 잠길 때입니다.

새해 첫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며 하늘나라로 개선하신 성모님을 따라 성모군으로서 레지오 마리애 전사로서 지상교회, 투쟁교회, 신전교회를 사는 뜻을 깊이 새겨봅시다.

_최홍길 레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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