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1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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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6-09 ㅣ No.904

연중 제10주일(가해. 2002. 6. 9)

                                                  제1독서 : 호세 6, 3 ∼ 6

                                                  제2독서 : 로마 4, 18 ∼ 25

                                                  복   음 : 마태 9, 9 ∼ 1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정말 여름이 다된 것 같은 날씨였습니다.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더워서 그런지 짜증도 많이 났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월드컵에서 첫 승을 올린 우리 대표팀 때문에 즐겁기도 하였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한 구두쇠가 마을의 큰 나무 밑에 황금을 감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매주 그곳에 찾아와 땅을 판 뒤 황금을 몇 시간씩이고 정신 없이 바라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둑이 그 사실을 알고 나무 밑에 숨겨둔 황금을 몽땅 훔쳐가 버렸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언제나 마찬가지로 나무 밑을 판 구두쇠는 황금이 사라지고 텅 빈 구덩이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정신을 잃은 채 망연히 그 구덩이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한 참이 지난 후 정신을 차린 구두쇠는 땅을 치며 통곡했고 울음소리에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듣고 난 이웃 사람들이 구두쇠에게 물었습니다.  '그 황금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적이 있나요?'  '아니오,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바라만 보았을 뿐이오.'  구두쇠의 울먹이는 말에 한 사람이 코방귀를 뀌며 '그래요, 어차피 쓸 것도 아니었군.  매주 황금을 바라보았듯이 주말마다 이곳에 찾아와 텅 빈 구덩이를 쳐다보면 되겠군요.'라고 대꾸했습니다."  황금을 잃은 구두쇠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냉소적인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구두쇠라고 소문 난 어떤 사람이 재물을 잃어버렸다면 같이 아파하고 아쉬워하기보다는 남의 일인데 안됐다고 할 수 없고 쌤통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호세아 예언자는 "내가 반기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다.  제물을 바치기 전에 이 하느님의 마음을 먼저 알아다오."라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제물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기만 제물을 사용하는 이가 잘못 사용한다면 그것은 아주 나쁜 것이 되고 맙니다.  제물은 그것이 올바로 쓰일 때 의미를 갖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좋은 말만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또 우리자신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잘되고 못되고 하는 판단만 하고 살아간다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파 사람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마태오라고 하는 세리와 그 친구들과 식사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죄인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그 세리와 친구들이 회계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따른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고 하시는 말씀처럼 하느님 나라는 마음을 돌려 회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시민 자격을 얻게 되는 그런 나라입니다.  그러기에 어쩌면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구세주가 필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죄인들에게는 구세주가 필요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법은 율법이 아니고 사랑의 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동물을 잡아 나에게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이웃에게 베푸는 자선이다.  나는 선한 사람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죄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이웃에 대한 자선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강조하셨던 요구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죄인에게보다는 의인, 착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며, 자선을 베풀기보다는 그저 말만하고 형식적으로 행동을 합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잘난 것을 자랑하기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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