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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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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령 [avis] 쪽지 캡슐

2001-12-14 ㅣ No.2471

늘 그 공간에 그렇게 계신분이 어느날인가 안 보이십니다.

 

떠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새 신부님이 그 자리에서 인사를 하더군요.

 

’제 인상 어떤가요?’

 

순간 전 크게 도리질하며 외쳤지요.

 

-안좋아요.-

 

기실 멀리 있어 그 분이 어찌 생겼는지 어떤 분위기의 어느분이신지 알 수

 

없었으나 계셔야 할 곳에 익숙한 얼굴이 아님에 도리질을 했는가 봅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멀리서만 뵈었지만 가신 빈 공간이 무척 아쉬움에 바람이 찼습니다.

 

익숙해진다는 거!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그것을 -길들여진다-는 거라 하더군요.

 

무작정 여우와 친해지려 한 어린왕자에게 여우는 그럴 수 없다고 했고, 어린왕자가 그

 

이유를 묻자 길들여 져야만 가능한 것을 친해지는 것의 우선 조건으로 말했지요.

 

그리고 길들여진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거라고 여우는 말을 합니다.

 

그래요 전 그 자리 그 얼굴 그 목소리 그 제스츄어에 길들여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신부님 아마 전 오래동안 지 신부님에게 투정아닌 투정의 눈길을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지신부님때문이 아닌 신부님 때문일겝니다.

 

예전에 신부님께서 예수님이 여러분에게 보낸 편지라고 강론을 편지로 대신 하신적

 

이 있습니다. 그 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지금도 삶이 버거울 때 그 강론을

 

떠 올립니다.

 

네가 힘들때 기분좋은 미풍의 바람을 보내 널 위로 했고.... 따스한 햇살을 비추워

 

주었고....

 

신부님 어디에 계시든 건강하세요. 삶은 돌고 도는 거라하니 길거리 어딘가에서

 

또 만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절 알아보실지 모르겠네요. 상관 없어요.

 

제가 아는 척 하면 될일이니까요. 삼년동안 같은 공간 같은 사건을 겪은 우리잖아요.

 

신부님 어느 하늘아래 계시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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