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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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순 [GOODYANG35] 쪽지 캡슐

2002-02-04 ㅣ No.1516

                                     이해인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또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사람들속에 섞여 보았습니다만 어김없이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그런 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 것입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해 봅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준 모든것들...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는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이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내 그림움들을 모조리 쏟아 부어 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서입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 없는 당신이여..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돌려주어야 나는 비로소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희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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