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성당 게시판

[옮긴글]교회 내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조건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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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숙라 [seranet] 쪽지 캡슐

2001-01-11 ㅣ No.637

 

아랫 글은 <사목 248호(1999년 9월) / CBCK 홈페이지>에서 옮겨왔습니다.

모두 A4용지로 5장이지만 주요 부분만 중략하여 전합니다.

 

 

교회 내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조건과 실천

 

정순자(수원교구 가톨릭 여성 연합회 회장)

 

<중략>

 

- 교회 내 여성의 지위, 무엇이 문제인가 -

 

교회는 여성들에게 성모님을 닮아야 한다고 늘 가르쳐 왔다.

일반적으로 교회는 본당 여성들에게 얌전하고 착하며, 순종적이기를 바란다. 대담하고 활달하며, 적극적인 면은 드러내지 않기를 바란다. 순종이 신심의 잣대가 되어 버린 이런 분위기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고, 불만도 입 속에서 맴돌 뿐 마음에서 삭혀 버리기 일쑤다. 소신 있는 의견이라도 내려면 늘 "무슨 여자가 …" 하는 눈초리가 쏠린다. 그러기에 차라리 눈총 받지 않으려 이리 피하고 저리 도망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렇듯 여성의 위치가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에 대해 교회는 관대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는 것이 오늘의 인식이다. 여성 신자가 약 70%에 이르는데도 본당 사목 협의회에서 여성 사목 위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사목 회장이 여성인 본당은 거의 없다. 어쩌다 여성 사목 회장이 있어도 대부분의 신자가 말도 안 된다는 지탄의 소리를 높인다.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이토록 불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봉사하고 있다. 또한 교회 대부분의 장상들은 본당 내 여성들의 대외 활동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거나 규제한다. 여기에 여성들은 불만을 품으면서도 이유 불문하고 순명하라는 가르침 앞에 복종한다. 이렇게 여성들은 자율성을 잃고 성직자와 수도자가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위치에 있다. 여기서 바로 문제가 발생한다. 속박에는 기쁨이 없다. 지나친 속박은 인간의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느낀 단체의 여성들은 ’계획을 세워 봤자 뭘 해.’라는 생각으로 진취적인 활동 목표와 발전적인 지향을 갖지 않으며, 매번 똑같은 방법과 역할에만 매달리게 되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훌륭한 지도자가 있을 때는 여성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가도 그 지도자가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 자리에 안주하고 만다.

교회 내 여성들의 활동은 극히 국한된 특정인에 한해 제대 꽃꽂이와 성가대 활동을 하고, 나머지는 국수 잔치 등 부엌일을 하며, 성당을 신축하는 본당에서는 물건 파는 데 온 힘을 쏟는다. 그 가운데서 젊은 여성들은 무엇인가 세속에서 얻지 못하는 영적인 힘을 얻고 싶어하지만, 교회도 역시 세속과 다름없이 돈을 좇으며 돈의 힘이 교회에서도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다가 더 못 견디면 슬며시 그 단체를 떠나고 만다.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낀 젊은 여성들은 직장을 얻으려 하거나 취미 생활을 찾는다. 그런데 교회는 왜 젊은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흥미와 재미를 못 느끼는지, 왜 신앙에 심취하지 못하는지 연구도 하지 않고, 우리 한국 교회도 서구화되어 간다느니 정신 상태가 옳지 않다느니 신앙의 부재라느니 하면서 그들만 탓한다. 그러나 먼저 여성 신자들이 교회 내 자신의 역할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단체장도 그릇된 점을 고치도록 하고 싶어도 말많은 사람으로 인식될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단체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임기만 끝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임기를 마치면 그 단체에 속해 있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렇듯 젊은 여성들이 떠나고 나면 교회 내 여성 단체들은 자연히 단체 회원들의 고령화로 이어져 간부 구성도 어렵고 진취적인 활동 방안을 착안해 내기는 더욱더 어렵게 된다.

 

<중략>

 

여성 단체장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회 관계자들의 권위 의식이다. 교회에서 맡겨진 일을 힘들게 했어도 어쩌다 한 가지가 잘못되면 지금까지의 일이 모두 잘못된 것처럼 추궁당하게 되고, ’여자들이 별 수 있어?’라며 여성 전체가 매도되면서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교회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는 아주머니 정도로 여성 신자를 취급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교회의 중요한 자리에는 참석시키지 않는 일도 소외감을 일으킨다. 어느 본당에서 주님 만찬 성 목요일 미사의 세족례에서 주임 신부가 절대로 여자 발은 못 씻겠다고 해서 그 예식에 여성 단체장은 참석시키지 않은 예가 있다. 이런 차별적인 대우는 예수님의 사랑을 평등하게 전하는 교회라는 말에 의문을 품게 한다.

성직자 수도자 사목 위원들이 여러 단체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보는 시각은 매우 편협하다. 여성들에게 어떤 일을 맡기면 과연 해 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한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맡길 생각도 하지 않으며, 본당 사목의 논의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물론 우리 여성 신자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무지한 생각으로 상황을 전개해 스스로 무시당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함께 논의하지 않은 일을 지시 받을 때는 그 일의 중요성이 피부에 와 닿지도 않으며 진정한 사명감을 느끼지도 못한다. 여성 자신이 자기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여자가 남자보다 힘이 없다는 전근대적인 생각과 의존하려 하고 자포자기하는 데도 문제는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각종 주방 일이 너무 많아 여성 단체에 소속되기를 두려워하여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자율권이 상실된 것에 대해 젊은 여성들은 못 견디어하며 성직자와 수도자의 간섭이 지나치게 많고, 사무장과 사목 회장의 간섭도 여성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서론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평신도들의 사도직 활동이 초세기 교회에서 얼마나 자발적이었으며 얼마나 풍부한 효과를 내었는지는 성서가 명백히 증명해 주고 있다(사도 11,19-21; 18,26; 로마 16,1-16; 필립 4,3 참조). 또한 무관심에서가 아닌 자율성 부여는 엄청난 효율성을 발휘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중략>

 

- 본당의 여성들,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

 

훌륭하고 거룩한 방법으로 세상에 오실 수 있었는 데도 예수님께서 그 당시에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여성의 몸을 빌려 구원자로 오신 것은(마태 1,18.25; 루가 2,7) 상대적으로 여인의 위치를 상승시키시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망설임 없이 대답한 어머니의 용기에서(루가 1,28) 세상에 구원 사업이 이루어진 것같이 여성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성 스스로 자기가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면 사회나 교회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후한 점수를 주며 우리 여성들이 귀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 장점과 뛰어난 소질을 찾아내서 계발하고 부당한 일(대우)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정당성을 주장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에 바른 판단력과 통찰력이 있어 세상도 올바르게 직시하고 바른 진단을 해내야 한다. 성모님을 닮은 겸손한 행동으로 교회 안의 모든 일을 사랑의 마음으로 실천해야 한다. 지나친 겸손은 비겁해 보이고 주관이 없어 보이므로 조심해야 하고, 주관이 없는 것과 착한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여성들이 오늘을 개선하고 진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순교 성인들과 성모님의 공통점은 주저함 없이 뜻을 따르는 대담함이다. 가나안 혼인 잔치에서 성모님께서는 무모하리만큼 예수님의 말씀과는 다른 행동을 하셨다. 그러나 성모님의 마음에는 아드님이신 주님께서 당신의 원을 들어주시리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우리 여성들도 대담함과 확실한 믿음으로 교회의 활동에 참여하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주어진 일에 충실히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여성 단체에 대한 확고한 의식이 있어야 하며 깊은 애정을 느껴야 하고 늘 공부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의 역할에 대해 인정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상대방에 대해 선입견은 갖지 말아야 한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님께서 100배의 지혜를 주실 것임을 믿고 의탁하며 슬기롭게 봉사해야 한다. 올바른 봉사는 하느님 나라의 기초가 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일에는 진실한 사랑을 담아서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성은 앞으로 모든 면에서 희망이 될 것이다. 여성 자신이 교회나 사회, 가정에서의 주체라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겠다. 따뜻한 마음에서 한없는 사랑과 희망이 늘 솟아나서 교회 구석구석에, 사회 저변에, 가정 공동체에 희망의 모체가 되어야겠다.

교회 밖에 흩어져 있는 많은 여성들이 아버지의 집인 교회로 돌아와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풍기며 교회가 풍성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

 

<중략>

 

<사목 248호(1999년 9월) / CBCK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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