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편안한 마을 스텔라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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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1-23 ㅣ No.998

스텔라 씨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병주 아빠는 며칠전 언론인 피정에서 보았어요. 스텔라씨, 건강하게  열심히 활동 잘하시죠? 강남을 떠날 때, 그리고 신문사를 나와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려니 했는데  활동 반경을 크게 넓히지 못하고 지내는군요. 오늘 일원동 게시판에 들어와 보니 "편안한 마을"뉴스레터 만들며 익혔던 분들 이름 - 강성학씨, 박상익씨, 이석우씨 .. 이름이 올라 있어서 옛 얼굴 본 듯 반가웠습니다.   

김용화 신부님도 멀리서 편지 띄우셨군요. 신부님께 점수 따셨던데... 축하합니다.

김만오부장 자매님 잘 계세요? 그리고 강명수씨네,  현대아파트 홍순희씨께 안부 전해 주세요.

이곳 청량리성당에서는 제가 비교적 젊은축이어서 그런대로 재미있습니다. 청량리성당은 나의 청년기 신앙의 못자리이죠. 그때 엔젤이라는 성가대활동을 했었는데 요즘 당시를 돌아 보게 하는 일들이 성당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어요.

 성가 단원중의 한 사람이 중증의 소아마비로 청량리 역 앞에서 작은 시계 수리포를 하며 세상을 원망하며 살았어요. 장애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없고 편견이 아주 심했던.. 정치적으로는 서슬퍼런 70년대 유신의 시절이었어요. 어느날 경찰이 떡값을 안 준다고 그 청년을 장물아비로 몰아 끌고가 고문을 했어요. 며칠 억울하게 실컷 고생하고 나온 그 청년은 다시는 이 땅을 찾지 않겠다고 미국 이민길에 올랐어요. (그 당시 그에게는 성당에 나와 성가대석에서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대요). 그 청년은 전기기사 2급 자격증과 6백달러를 가진채 미국으로 건너가  25년만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답니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가장 가입자가 많은 리자비퍼라는 통신회사의 사장이되어 가장 성공한 이민자들에게 주는 최고상을 받았나 하면 "이민 온 국가에 기여할 줄 모르는, 돈 만 아는 코리안" 소리를 안 들으려고 가난한 히스패닉 계 아이들의 리틀 야구단을 후원,우승을  캐 내었나 하면 자기같이 불우한 시절을 보내는 이국의   청소년들의 선도를 위해서 지역사회센터 안에 악기 등을 사주고,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는 등 몸이 건강한 이들도 못하는 일들로 한국 이민자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대요. KBS가 신년 특집으로 "이것이 인생이다"를 제작했어요. PD가 그를 설득해 그의 행복했던 시절을 끼워넣느라 예전 합창단 단원들이 모였다가 아예 다시 합창으로 신앙도, 취미도 키우고 가정 성화도 이루자고 해서 요즘 합창 연습을 해요.  그때 청량리에는 백남용신부(현재 서울대교구 성음악 감독)가 보좌신부로 계셨고 그 분이 경희음대에  학사편입해 다녀 경희 음대생이던 배성환 루까씨 등이 우리 전례에 큰 도움을 주었어요.

이웃의 고통이나 불행은 모른채 자기의 것만 더 키우려고 불만에 차 있었던 철없던 우리를 돌아보고 뒤늦게 반성했어요. 건강한 사람들도 살기 힘든데 그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세월이 이만큼이나 지난 다음에 깨달아 부끄러웠다니까요.

아무튼 그런 사람에게 행복의 빛이 비춰진다는 데서 정말 공의로우신 하느님을 생각했답니다. 열심히 사세요. 또 만나요.  -조남진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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