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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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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경 [solbada] 쪽지 캡슐

2001-01-04 ㅣ No.1394

* 이 글은 가끔 방문하는 황양주 신부님 홈페이지에서 신부님이 쓰신 에세이를 옮겨온

  것입니다.

 

 

 

 은지 이야기

 

"엄마, 죽고 싶어."

 

중학생도 아닌, 고등학생도 아닌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죽고 싶다고 합니다. 깜짝 놀란 엄마가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이유는 학교 짝궁때문이었습니다.

 

2학년이 되어 새로운 짝궁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던 은지에게 새짝궁은 골칫덩어리였습니다. 짝궁의 엄마도 손을 들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혼을 내도 혼날 때 뿐이랍니다. 하루는 은지가 엄마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쁜 소식이란 짝궁이 바뀐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되지 않아서 그 아이가 다시 짝궁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은지는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죽고싶다>고 말한 것입니다.

 

은지 엄마는 은지를 설득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그 애를 싫어하지만, 그래서 며칠 되지 않아서 짝궁이 바뀌고 바뀌고 했지만, 너하고는 오래 동안 짝궁을 한 것으로 보아, 너하고는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다시 네 짝궁이 된 것 같다. 그러니 다른 애들은 그애를 싫어하더라도 은지 너는 그 애의 친구가 되어주어라. 우리 은지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은지는 마지못한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을 했습니다.

 

다음날 집에 온 은지가 말했습니다. 엄마 말대로 했더니 그 애가 자기에게 잘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은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맞아, 그 애도 하느님이 만들었으니까"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느냐"고 물으니 "주일학교에서 배웠다"고 했습니다. 조그만 은지가 너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희가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하느님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신다"는 성서말씀(마태오 복음 5장 45절-46절)이 떠오릅니다.

 

우리 주위에는 모두가 다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미운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다 나를 미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다 미워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좋았다가도 미워하고 미웠다가도 좋아하고 그러면서 서로의 관계가 발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미워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도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나의 판단과는 관계없이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권리가 있고 동시에 사랑해야할 의무도 있습니다.

 

세상은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언제 미워할 시간까지 챙기시렵니까?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허물을 감싸주는 공동체, 그래서 실수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공동체 그리하여 항상 함께 웃는 포근하고 따뜻한 한인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말 서로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사랑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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