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무아정( 無我亭 )

인쇄

박상범 [bagdudegan] 쪽지 캡슐

2008-12-01 ㅣ No.10409



지리산에 가면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집이 있다.
하룻밤은 물론 닷새까지는 침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더 묵고 싶다면 닷새가 지나 아랫마을에 내려가
하루를 보내고 다시 찾으면 그만이다.
그것도 진정 필요한 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편이다.

주인은 있되 주인 행세를 하지 않는다.
밥해주고 이부자리 챙겨주고 술이나 차를 따라 줄 뿐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으레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청학동 박단골 상투 머리에 자리 잡은, 그야말로 모두가 주인인
‘주인 없는 집’ 무아정(無我亭)이다.

절 같은 한옥 건물 두 채엔 6개의 방이 있어 비좁게는 40명까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마루에 앉으니 겹겹으로 중첩된 지리산 자락의 골골들이 사열을 받듯 도열해 있다.
지리산과 결혼했다는 짧은 승려 머리의 50대 후반 주인은
저녁이 되자 밥을 안치고 반찬을 만드느라 바쁘다.




가지런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품이 도저히 남성의 손길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빨아서 차곡차곡 개켜놓은 타월과
황토와 감물을 들인 면 이부자리는 어느 특급호텔 못지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방 한쪽에 놓여진 발재봉틀로 그것들을 손수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방바닥은 무명천을 바르고 콩댐을 해 어린 시절 고향 안방에 누운 기분이다.

밥이 다됐다는 소리에 방문객들은 통나무로 만든 밥상이자 찻상에 빙 둘러앉았다.
구수한 된장과 산나물들로 그득하다.
누군가가 가져온 삼겹살을 구워 싸먹으니 금세 게눈 감추듯 한다.
소주 한 잔씩이 돌아가고 술기운이 오르자,
무아정 주인이 산에서 나는 각종 열매와 약초로 담근 술을 내놓는다.


삼성궁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에 있는 "청토"라는 민속음식점 못 미쳐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계곡을 따라 150여 미터 시멘트 길을 올라간다.
5채 정도의 집이 보이는데 그중 왼쪽 위쪽에 있는 기와집 2채가 무아정이다.
동네에서 "용아저씨네 집"으로 통한다고 한다.

연락처 : 055 - 884 - 7780
주 소 :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 "무아정"

- 유의사항 -

- 술을 먹고 무아정을 찾아가면 곤란,
술은 그곳에 있는 벗들과 흥겹게 먹으면 된다.
- 밥은 진짜 주인인 용아저씨가 해준다.
그러나 설겆이와 방 청소는 스스로 한다.
- 유무형의 소중한 것들을 얻었다면
자신도 유무형의 소중한 것을 하나쯤 남기고 오면 더욱 좋지만
그러나 반드시 할 일은 아니다.
- 5일 이상 연속해서 묵을 순 없다. 연속해서 말이다.
- 가끔 여럿이 단체로 찾는 경우가 있어 빈방이 없을 수도 있기에 미리 전화연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395 7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