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성가의 참맛: 연중 제26주일 입당송, 연중 제26주일 영성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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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01 ㅣ No.3239

[성가의 참맛] 〈저희에게 그 모든 것을 하셨나이다〉 연중 제26주일 입당송, 〈당신 종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소서〉 연중 제26주일 영성체송 I, 〈알게 되었네〉 연중 제26주일 영성체송 II

 

 

“주님,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짓고 당신 계명을 따르지 않았기에, 당신은 진실한 판결에 따라 저희에게 그 모든 것을 하셨나이다. 당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소서. 저희에게 크신 자비를 베푸소서.”(다니 3,29.30.31.43.42 참조) - 입당송

 

신부님과의 통화가 마음을 움직였지만, 저의 ‘신앙적 쉼’은 생각처럼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배웠던 요리강령의 그림이나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들처럼 죄악에 대한 천벌이 생생하게 느껴진 건 아니었기에, 성찰에 대한 의무감이나 고해성사에 대한 압박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그저 ‘성체를 모시는 일은 계속해야 한다.’ 하신 신부님의 조언이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친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제 냉담을 풀고 고해성사를 보고 싶은데 혼자서는 마음이 잘 서지 않아. 성당에 함께 가줄 수 있을까?” ‘나도 같은 마음이었는데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곧장 “그럼, 언제 갈까?” 하고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 한편에선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한 주라도 더 늦춰졌으면 하는 유혹도 일었습니다.

 

그런데 연이어 다른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청년 시절 옆 본당의 성서모임 대표봉사자여서 친자매처럼 지내던 친구입니다. 용건은 6세 딸아이가 유아세례를 받는데 제가 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이렇게 고해성사를 미룰 더 이상의 핑계가 사라졌습니다.

 

“주님, 당신 종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소서. 저는 그 말씀에 희망을 두었나이다. 당신 말씀 고통 속에서도 위로가 되나이다.”(시편 119(118),49-50 참조) - 영성체송 I

 

그동안 쌓인 묵힌 때를 벗긴다는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보자며 저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다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성찰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성찰을 잘하고 성사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압박감도 들고, 그동안 지은 죄가 커 혼날 것 같기도 하고, 그 죄를 내 입으로 새삼 말한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 죄를 다 알고 계신 주님께서 ‘이 녀석, 성찰을 제대로 하는지 보자.’ 하실 것 같아 두려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연중 제26주일의 기도문과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마태 21,31) 예수님께서는 무엇이 중요하고 의로운 길인지 성찰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이내, 새초롬하게 “싫습니다.” 하였지만 마음을 바꾸어 아버지의 뜻을 따른 맏아들과, 잘못된 삶을 뉘우치며 회개했던 세리와 창녀들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을 바라보면서 예수님을 믿고 따라야겠다는 마음이 커지자 ‘너그러이 자비를 베풀어주소서.'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바로 주변 사람들과 성경 말씀을 통해, 저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성가를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스도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으시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네.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하리라.” (1요한 3,16) - 영성체송 II

 

[2023년 10월 1일(가해) 연중 제26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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