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동성당 게시판

류시화님을 아시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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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NEOMI] 쪽지 캡슐

2000-06-22 ㅣ No.1126

제가 참 좋아하는 시인이랍니다..   

오늘 오랜만에 류시화님의 홈페이지를 찾았어요..

펜클럽까진 가입안했지만..  종종 좋은 글들을 보러가곤 하거든요..

음..   그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글이 있어서 함 올려봅니다..  *^^*

 

 

 

 

나비의 물음표

 

작은이야기. 2000.5. 중에서...

 

오늘 나는 우리집 마룻바닥에서 수피 춤을 추었다.

인도의 명상센터에서 배운 이 춤은 구제프라는 러시아 명상가가 서양에 소개한 것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명상법이다.

수세기 동안 아팝의 수피 (회교 신비주의자) 들이 그 춤을 추어왔다.

수피 춤에는 두 팔을 벌리고 회전하는 동작이 있다. 마치 어렸을 때 마당에서 두 팔을 벌리고 빙글빙글 돌 듯이 계속 회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회전 명상’ 이라고 한다.

회전 명상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이 명상을 하기 전에는 세 시간 동안 무엇을 먹거나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을 정도다.

강렬한 몸의 회전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지켜야 할 사항이 많다. 회전할 때는 반드시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회전 명상의 핵심은 무엇인가. 몸이 회전함에 따라 주위 풍경도 회전한다. 그러나 자신의 의식은 태풍의 눈처럼 그 회전의 중심에 고요히 머물러 있어야 한다.

’회전하라. 하나의 바퀴처럼, 또는 도자기 굽는 사람이 굴리는 회전판처럼. 그러나 자신의 존재는 그 중심에 고요히 머물러 있으라.’

이것이 수피 춤 속에 담긴 의미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매 순간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삶에는 언제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우리 자신은 흔들림 없이 고요한 중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쁘고 슬픈 일. 이룬 일과 이루지 못한 일. 얻는 일과 잃는 일. 껴안는 일과 멀어지는 일 등이 일어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러나 수피의 현자들은 때로 그 모든 일들을 눈앞에서 회전하는 풍경이라 여기고 자기 자신은 고요히 중심에 머물라고 요구한다.

’ 세상 속에 살라. 그러나 세상의 소유가 되지는 말라.’

이것이 수피 명상의 가르침이다.

한편 하디시즘(유태교 신비주의) 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천국 입구에 있는 ’슬픔의 나무’라는 큰 나무 아래로 가서 자신이 생에서 겪는 모든 슬프고 고통스런 일들을

종이에 적어 나뭇가지에 걸어 놓는다고 한다.

그런 다음 천사가 그의 손을 잡고 천천히 나무 주위를 돌며,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들 중에서 자신의 인생보다

덜 불행하고 덜 고통스러워 보이는 인생이 있으면 그것을 자신의 것과 바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다음 생에 그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누구든지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불행과 고통을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인생이 덜 슬프고 덜 불행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각의 사람은 그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한결 지혜로워져서 ’슬픔의 나무’ 밑을 떠난다고 한다.

오늘 오랜만에 수피 춤을 추고 나서 구약성서 전도서에 기록된 현자의 말을 읽었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정해진 때가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

          부술 때가 있으면 세울 때가 있고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다.

          슬퍼할 때가 있으면 춤출 때가 있다.

          껴안을 때가 있으면 껴안는 것으로부터 멀어질 때가 있고

          얻을 때가 있으면 잃을 때가 있다.....

 

아마도 이 구약성서의 현자는 이 말 끝에 이렇게 덧붙였으리라.

’ 너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을 경험하되 너 자신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간직하라. 모든 것은 다만 너에게 일어날 뿐이니,

  그것을 경험하되 너 자신의 영혼까지 그것에 소유당하지는 말라.’

 

 

 

 

 

      소금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 다는 것을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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