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엄마의 편지(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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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범 [yunbumk] 쪽지 캡슐

1999-12-17 ㅣ No.889

많은 분들의 기도와 염려 속에 연범 안드레아가 두번째 퇴원을 하였습니다

입원 기간 중 어느날 연범이 제게 말하기를

"엄마 하느님이 나를 미워 하시나봐요?" 하며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이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혹시나 이 일로 인하여 이 아이가 ’건강의 상실’과 함께

’또 하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 버리면 어찌하나 하는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조용히 귀에다 대고 말을 하였습니다.

"아니야, 연범아 하느님은 너를 너무나 사랑하신단다. 그분이 가장 사랑하시는 아들을 가장 아프게 하셨잖니. 네가 이렇게 아픈 것을 보면 아마도 너를 매우 많이 사랑하시는가 보다"하고 말해 주었지요.

다행히 그 아이는 그 정도 선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았지요.

그 아이는 늘 그렇게 제 말에 그 정도 선에서 ’수긍’을 하며

’자기의 하고 싶었던 많은 말’과 ’욕망’을 접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말없이 바라다 보거나

손가락으로 제 머리카락 을 아주 천천히 만지곤 하지요.

그래도 전 그 아이의 마음을 압니다.

’엄마에 대한 사랑’하나로 그 모든 것을 더 이상의 설명을 요구 하지 않으며

받아 들인다는 것을요...

우리는 눈을 마주치기를 아주 좋아 합니다.

눈으로 이야기 하는 것에 참으로 많이도 익숙해 있지요.

어느날 그 아이는 제 눈을 바라다 보며 말했지요.

"엄마 눈 속에 제가 있어요"

"그래 네 눈 속에도 엄마가 있구나. 엄마가 셋이지? 엄마는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힘들지도 외롭지도 않단다. 너를 내 눈 속에 늘 이렇게 담아 가니까."

"저두요"

 

보이는 곳에서 뿐 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너무나 많은 기도와 격려가 있었음을 압니다.

모든 이들이 함께 걱정해 주었기에 퇴원의 기쁨도 함께 누리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방학 전에 학교를 가보고 싶다’던 그 아이의 소망은 아직 이루어 지지 않고 있지만

건강하게 집에 있을 수 지금 이 상황에 만족해 하며, 아주 작은 소망인 것 처럼 말합니다

"엄마 방학식날은 갈 수 있는 거지요?" 하면

저도 그저 끄덕인듯 아닌듯 그렇게 큰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 정도 선에서만

눈을 들어 그 아이을 바라다 보며 아주 조그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웃지요.

방학식 전날 저녁에야 우리는 서로에게 확실한 말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날 ’내일 학교 가야지’를 저도 말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지금 제게 주어진 이 평화에 감사 드리며

제가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사람들에게 말하겠습니다.

좀 더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퇴원을 축하한다며 이웃에서 보내 주신 ’꽃바구니’ 속에서

아이는 너무나 행복해 하였고

저는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난 그 동안 어떤 이웃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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