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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식코’ 의료재앙, 한국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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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식 [senal] 쪽지 캡슐

2009-05-17 ㅣ No.9366

 

영화 ‘식코’ 의료재앙, 한국 상륙?

대안을 가진 자는 힘이 없고, 힘 있는 자들은 대안을 실천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상황은 항상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된다.”


저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갈브레이스가 1992년 미국 경제를 전망하며 한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1990년대 내내 장기호황세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갈브레이스의 전망은 틀렸던 것일까?


아니다. 이 시기 미국에서는 ‘주주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유형의 자본주의가 전면화되었다. 사실상 우리가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세계화의 유일한 모범인 것처럼 완성된 시기였다. 1990년대 미국 자본주의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역사상 가장 노골적으로 상위 1%가 자본이득을 독식했고, 하위 60%의 사람들은 실질임금 저하, 노동시간 연장이라는 악조건에서 살아가는 대사건을 맞았다.

그 와중에 1930년대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국민의료보장’을 부르짖었던 미국의 의료제도 개혁세력이 당시 힐러리 클린턴을 필두로 완전히 항복했다는 사실도 살짝 숨겨져있다.


한국 의료의 미국화 우려


신자유주의를 달리 표현하면 ‘미국적인 것이 세계의 유일한 표준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식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미국적인 것’이 무엇일까? 미국 인구의 15%, 4천500만 명 가량이 아무런 의료보험 플랜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혹은 미국에서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중산층 직장인조차도 의료비 때문에 파산할 수 있다는 사실일까?


의료제도는 삶과 죽음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돈 없으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현실이 된 세상이다.

 미국 의료제도에서의 공공적 인프라도, 의료에 쏟아붓는 막대한 공공지출도 없는 상태에서 한국이 섣불리 ‘미국화’ 될 때 받을 결과는 구성원 개인에게는 더 두려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 의료제도에 미국식의 파국은 그렇게 쉽게, 혹은 빨리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서비스산업화와 선진화가 그러하다. 제주 영리병원 허용을 둘러싼 논란과 민간보험 활성화가 ‘의료영리화’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화하지 말자’라고 외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다른 나라, 다른 세계에는 다른 제도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를 우리 안에서 발견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우리에게 미국처럼 되지 않을 의료제도에서의 대안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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