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수초]엽기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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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숙 [surakyss] 쪽지 캡슐

2001-02-02 ㅣ No.1117

시계라는 제목으로 무엇을 써야할지 막연하다가 문득 떠오른 옛이야기 입니다.

저희 집은 새로 지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전에는 가건물의 이상한 구조에 광도 있고 광 위로 장독대도 있고 앞마당, 뒷마당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푸세식 변소가 있었지요.

지금 기억으로는 초등학교때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당시만 해도 시계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죠.

저희 작은언니에겐 스텐줄로된 큰 숫자로 표시되는 전자손목시계가 있었죠.

저희 작은언니는 조금은 덩럴되는 성격이에요.

특히 변소에 얽혀 있는 사건이 몇 건 있답니다.

잠결에 변소에 갔다가 다리를 빠뜨리기도 하고

급기야는 우리 집안의 귀하고 귀하던(?) 전자시계를 변소에 빠뜨렸죠.

엄마는 언니를 나무라시며 긴 막대를 이용해 시계를 건져보려했지만

이내 시계는 변소 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아주 다행인 것은 변소를 치운지 얼마 안됐다는 것과

맥가이버 뺨치는 상숙이가 있었다는 것이었죠.

다들 포기하고 있을때 저는 변소 옆에 잡동산이를 쌓아 놓은 곳에서 도구를 발견했습니다.

삽, 곡갱이, 기타 등등 그중에서 제 눈에 뛰는 바로 그것... 갈퀴였습니다.

저는 갈퀴를 들고 변소 바닥을 차분하게 훑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의 헛손질...그러나 나의 의지는 결실을 보고 말았습니다.

갈퀴 사이에 시계가 걸려 올라온 것입니다.

깨끗이 씻어서 언니한테 돌려주려 했지만

언니는 똥통에 빠졌다는 이유로 본인의 시계를 거부하였습니다.

언니에게 버림받은 시계는 제 차지가 되었지요.

멀정한 시계를 그냥 버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그시계를 망가져서 못 쓸때까지 열심히 차고 다녔죠.

요즘 시대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떨까요?

아무런 미련없이 그냥 포기하고 새 것을 장만했겠죠!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소비지향적이죠.

아낄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쵸...

저도 예쁜 물건이 있으면 사고 싶기도 하지만 필요하지 않으면 자제하려고 노력해요.

밥도 먹지 못하고 굶는 사람들도 많은데

제 욕심만 채운다면 그사람들한테 미안하잖아요.

우리가 아껴서 그사람들과 나눈다면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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