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1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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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6-16 ㅣ No.907

연중 제11주일(가해. 2002. 6. 16)

                                            제1독서 : 출애 19, 2 ∼ 6a

                                            제2독서 : 로마 5, 6 ∼ 11

                                            복   음 : 마태 9, 36 ∼ 10, 8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한 주간은 48년을 기다려온 16강이라는 꿈이 이루어지도록 온 국민이 힘을 합하여 응원하고 기도하였던 시간었습니다. 국민 모두가 어린아이부터 연세 드신 노인들까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이제 8강을 위해 또 응원을 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12제자를 파견하시면서 "하늘나라가 다가 왔다고 선포"하라고 하시면서 "앓는 사람은 고쳐 주고 죽은 사람은 살려 주어라.  나병환자는 깨끗이 낫게 해 주고 마귀는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십니다.  어느 묵상집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꼴값하면서 잘난 체하는 사람들의 꼴불견을 대할 때면 그런 생각은 더욱 커집니다.  단지 예쁘고 늘씬하다는 것만으로 으스대고 사는 사람, 부자 집에 태어난 덕분으로 귀공자처럼 사는 사람,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 가문 좋고 배경 좋아 그 덕분에 출세한 사람 등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이 앞서가면서 마치 제가 잘난 양 거만하게 남을 우습게 여기는 모습들을 참 보기 민망합니다.

  언젠가 성서 묵상을 하면서 과연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순수하게 내 힘으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깊이 생각해 볼수록 내 것은 하나도 없었고 모두가 받은 것들뿐이었습니다.  등산을 갈 때 여럿이 각기 양의 짐을 챙기고 떠나지만 산에 올라가서 내가 메고 왔으니 그것을 나만 먹겠다고 우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 같이 꺼내 놓고 필요한 만큼 나누어 먹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와 같은데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이 얼마큼 필요한가가 아니라 내 것이냐 네 것이냐를 더 먼저 따지고 필요하지도 않고 넘쳐나는 데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 인간에게 불행을 주는 원인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모세에게 당신과 맺은 계약과 말씀에 성실하고 책임 있게 응답하라는 요구를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성실하고 책임 있게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지킨다면 "너희야말로 사제의 직책을 맡은 내 나라, 거룩한 내 백성이 되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일방적입니다.  인간의 어떤 공로도 그분의 사랑을 앞당겨 가져오지 못하고 인간의 어떤 죄악도 그분의 사랑을 막지 못합니다.  하느님식 사랑이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존재를 내어주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외아들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해 보내주심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유감 없이 보여주십니다.  이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는 우리가 어떤 대가를 지불하여 얻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를 뽑으셨습니다.  어떤 집단이나 모임이든 거기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 요구 조건을 뽑으라고 한다면 성실성과 책임에 관한 부분일 것입니다.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든 직장이든 그 밖의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누구나 시작과 끝이 분명한 사람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것은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실과 책임이라는 면에서는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우리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정받고 존경받기도 합니다.  가끔은 어깨가 으쓱되기도 하고 가끔 모든 것은 자신이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보면 시샘도 하고 깍아내리고 싶기도 하고 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하고 싶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이 나를 인정해주고 존경하는 것은 내가 그 공동체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 있고 성실하게 함으로써 따라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한다는 유혹을 이겨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거저 하느님의 사랑으로 얻게 된 것이라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거저 받은 것이기에 나누어주어야 하고 주신이의 뜻을 따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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