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멀고 현실은가까운..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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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xyz] 쪽지 캡슐

2000-12-13 ㅣ No.1934

+ 지금 제가 있는 이곳 길동은 하늘이 낮고 흐려 있습니다. 어디 다른 곳에는 눈이 오기도 한다던데.. 수북수북 쌓이는 복스런 함박눈이 그립기도 하네요. 어중간하게 녹을때가 흉하긴 하지만. ..요즘 많이 안 좋습니다. 굳이 신문지면이나 뉴스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경기가 많이 얼어붙은 걸, 살얼음 판 분위기라는걸, 누구나 체감할수 있을 겁니다. 누구는 제2의 IMF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가 언제 그 불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나 했는지 궁금하군요. 그때그때 구멍 뚫린 곳이나 얼렁얼렁 수선하며. 그냥 이어지고 있는것 같은데. 아.. 이런 얘길 하려고 들어온게 아닌데. 어쨌든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싫고, 일하기 싫을땐 그저 묵묵히 감사하다고 느끼려고 합니다. 씨즌이 아닐땐, 이렇게 근무중에 개인적인 용무도 보고 글을 올릴 정도로 한가하기도 하고. (물론! 팀장의 째림은 계속 이어집니다. 쭈~욱.. 뭐 쉽기만한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중계동 성당엔 평일 저녁 8시에 미사가 있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주 들르게 되는데 며칠전 강론중에 권신부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요즘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살까 죽을까는 우리가 생각할 일이 아니지요, 힘이 들수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어떨까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말씀이었던것 같네요. 천천히 밑에 올라왔던 글들을 읽었습니다. 1912번인가.. <사랑하지 않는자> 라는 제목의.. 내 가슴을 후려파는군요. 특히,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라는 부분에선 오열을 하고 싶어집니다.흑- 그리고 기다림을 말씀하신 비오 신부님의 글도 가슴에 팍! 와서 안깁니다. 참........ 이상해요. 우린 불행해지려고 사는게 아니듯 사랑또한 그럴진대 왜 그렇게 슬프고 행복하지 않은 날이 많은지.. 분명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서로를 원하는 것일텐데도 떠나는 기차의 뒤꽁무니를 바라보는것처럼 서럽고 어긋나기만 하고.. 매번 누군가를 가슴에 담을때마다 또 어쩜 그리 모양새가 다른지.. 지난 주말엔 솔뫼로 피정을 다녀 왔어요. 가을이 깊어갈때 간다고 한것을 이제서야 가게 된것이지만 정말 최고의 이틀이었습니다. 낮밤할것 없이 포근하고 투명하던 날씨. 가던 날 저녁엔 동네 분들이랑 논에 불을 놓으며 멀리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해를 보며 너무 기분이 좋아 여기저기 뜀박질 좀 하다가 들어갔더니 밥맛도 좋구, 나쁜 생각도 달아나구.. 피정이 바로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하늘엔 새가 날고있고 부드러운 바람은 굴뚝을 지나며 연기를 피워 올리고 언덕 위에서는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그 옆에서는 복실이가 정겹게 컹컹 짖어대고 있고. 우리 영혼의 삶은 그런 순간을 바라는게 아닐까요.. 더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 며칠 더 머물렀으먼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왔을테니 그쯤에서 돌아온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지.. ^^ 그곳에 계신 하수녀님과 팔짱을 끼고 온 마을을 돌며 긴 얘기를 나눈 일, 그리고 역까지 바래다 주시는 차안에서 흘러나오던 카펜터즈의 노래를, 오랫동안 그 풍경으로 기억하게 될것 같습니다. 날씨가 맑아도 삽교호 부근엔 항상 안개가 좀 끼곤했는데 그날은 저기 머얼리 떠 있는 고깃배의 분위기며 갈매기들의 날갯짓을 생생하게 볼수 있었답니다. 아.. 또 가고 싶군요. 이상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지요, 매일,매주,매달,매년 되풀이되는 일들에 물리고 지겨울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로 구하는 내 이상을 찾아 훌쩍 커버릴 <언젠가>를 기다리며 오늘은 일단 철수,퇴근합니다. 한밤중에 깨어나서 쓰는 일기처럼 이 오후의 감정이 부서질듯 솔직하지만 뭐 어때요.. 가끔 이렇게 제멋에 겨워 횡설수설한대도 나쁘진 않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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