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잘못된 신앙지식으로 영혼구원 거절?

인쇄

주형오 [joo2205] 쪽지 캡슐

2009-05-17 ㅣ No.9365

나는 올해부터 레지오 활동으로 동료 단원과 함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학병원으로 환자방문 기도를 하러다닌다. 자주 가지는 못해도 최소 주 1회 이상을 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발생한 다음 과 같은 일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자 이 글을 올린다.

 

한 달여 전 병원 원목수녀님의 부탁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폐질환 환자의 대세 대부가 되었다. 그날 원목 수녀님이 집전한 세례식은 환자 면회시간 20분 동안에 해야 하므로 대세자에게 서둘러 천주교 4대 교리를 읽어주고 이해하는 것을 확인하고 병상에 딸린 탁자에 하얀 제대포를 펴고 작은 십자가를 놓고 작은 촛불도 켜고 의식이 또렷한 환자는 모든 질문(일반세례식 때의 질문과 동일)에 확실한 긍정의 의사를 표현 하였으므로 생수를 이마에 부으면서 경건하게 세례예식을 진행했다. 마치고 난 후에 바오로란 세례명으로 다시 태어난 대세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병상 주변 사람 모두가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었다. 대부가 된 나는 한 영혼을 구원에 길로 이끌어 줘야 할 책임감에 기도를 더 열심히 하도록 해주시는 주님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그 후 원목 수녀님은 관례대로 대세증명 서류를 병원 관할성당(A성당)으로 송부했고 관할 성당에서는 다시 대세자의 거주지 성당(B성당)으로 보냈다는 것을 확인 하였다.

 

한 달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자의 안부를 확인하고 기도를 할 목적으로 주 1회씩 방문하였는데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대세자는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점차 나빠지는 것을 여러 정황으로 알 수 있었고 담당 의사도 환자가 먹고 싶다는 것 다 해주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해주라고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이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말아다.

기도와 신앙대화를 마치고 중환자실을 나오면서 빨리 병자성사를 받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자의 생명이 날이 갈수록 꺼져가는 모습이 보이고 심적으로도 몹시 불안해하고 있기에 병자성사를 받도록 해주는 것이 지상교회의 이름으로 이 영혼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과 최후의 성사라고 여겨졌다.

 

문제는 B성당의 사무장이 서류를 받아서 아무런 후속조치도 않고 있다가 내가 전화를 해서 병자성사를 요청하니까 그때서야 서류를 찾아내서, 대세자는 신부님이 직접 집전한 세례자가 아니므로 교회에서 아무것도 더 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 최소한 보례라도 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나를 설득하려 했다. 내가 신부님께 직접 요청하겠다는 것도 안 된다고 거절하니 기가 막히고 화도 낫지만 할 수 없이 신부님께 말씀 드려 달라는 부탁으로 통화를 끝냈다. 다음날 사무장과의 통화 내용을 병원 원목 수녀님께 말씀 드렸더니 수녀님도 그렇다면 할 수 없으니 보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였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의 보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며칠 후 병원에 가니 B성당의 지역장과 형제회장 그리고 다른 형제 한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환자실 문 앞에서 면회 전에 잠시 나눈 대화에서 지역장은 이분은 대세자이고 가족 중에 신자도 없고 여태껏 한 번도 성당에서 본적이 없어 곤란하지만 신부님의 재량에 따라서 특별히 장례미사는 해줄 수 있겠지만 병자성사 까지는 해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였다. 마치 안 되는 일을 크게 인심을 써서 되도록 해 주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그곳에서 더 긴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을 수도 없어서 그래도 신부님께 부탁을 드려달라고 사정하였고 그들이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다른 병실 환자를 찾아서 중환자실 앞을 떠났으며, 다음날 지역장과 통화하여 들었던 말은 신부님께 말씀은 드렸는데 신부님은 보례를 한 후에 병자성사를 해주시겠다고 했다는 말이었다. 신부님이 자세한 보고를 받으셨더라면 보례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을 것이고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대세자에 대한 행정 실무를 맞고 있는 본당 사무장과 꺼져가는 생명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신부님께 상황을 정확히 보고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지역장도 교회법을 모르고 귀동냥으로 들은 짧은 지식으로 영혼구원 사업의 실무 일선에 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교회법]

제850조 세례는 승인된 전례서에 규정된 규칙대로 집전된다. 다만 긴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성사의 유효 요건들만 지켜도 된다.

 

제860조 ➁ 병원(병실)에서는 교구장 주교가 달리 정하지 아니하는 한 세례를 거행하지 못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나 그 밖의 사목상 이유로 긴요한 때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제 861조 ➁ 정규 집전자가 없거나 장애되는 경우에는 교리교사 또는 교구 직권자에 의하여 이 임무에 위탁된 다른 이가, 더구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합당한 의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지, 적법하게 세례를 줄 수 있다. 영혼의 목자들 특히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세례 주는 바른 방식을 배우도록 애써야 한다.

 

제865조 ➁ 죽을 위험 중에 있는 어른은 신앙의 주요한 진리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고 어떤 모양으로든지 세례를 받을 자기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그리스도교(종교)의 계명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세례 받을 수 있다.

 

제866조 세례 받는 어른은 중대한 이유로 방해되지 않는 한 세례 후 즉시 견진 받고 성찬 거행에 참여하여 성체도 영하여야 한다.

 

◆ 보례 ◆ 補禮, caeremonia supplementi ❬가톨릭 대사전❭

성세성사나 혼인성사 등 성사예식집행 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는 것을 말한다. 그 한 예를 든다면 가톨릭 교회에서는 죽음이 임박했을 경우나 사제(司祭)가 없을 때 일반 사람들도 성세성사 예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물로써 이마를 씻으며 기도문을 욈으로써 세례를 줄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을 대세 또는 ‘비상세례’(非常洗禮)라고 하여 정식 세례와 똑같은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죽음의 위험에서 비상세례를 받은 자가 죽지 않고 살아났을 경우, 또 사제가 없어서 비상세례를 받았을 경우 신자 생활을 하려면 그 때 갖추지 못한 예식들을 보충하는 '보례'를 받아야 한다.

 

 

위 교회법의 내용으로 보아 대세를 받을 수 있는 근거와 형식 및 절차는 교회법에 의하여 확실하게 조건을 충족하였으며, 대세는 일반적 세례성사와 같은 효능을 갖고 있으며 대세를 받은 신자도 일반신자와 똑같은 자격이 있고, 따라서 타 성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B성당의 사무장은 이 건에 대하여 대세를 받은 신자에 대하여 후속조치를 게을리 하였을 뿐 아니라 병자성사를 요청하는 관계자에게 잘못된 신앙지식을 내세워 거절하였고, 신부님께 직접 보고하여 지시를 받아서 취하여야 할 조치를 지역장에게 떠넘겼고 지역장은 신부님께 보고할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여 후사를 준비하도록 보고하지 않았으며, 중환자실에 있는 대세자에게 보례를 하여야 병자성사를 주겠다고 신부님이 말하시도록 하였기에 B성당의 사목 행정에 상당한 모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항을 몇 분의 신부님과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았다. 물론 나도 나름대로 교회법과 여러 사례들을 찾아보고 올바른 길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자 노력했다.

 

보례는 대세자가 보례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 될 때 하는 절차이다. 그러므로 보례가 마땅히 하여야할 다른 성사의 걸림돌이 되어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더욱이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 이 건의 대세자에게 보례를 조건으로 내세워 성사집행을 거절한다면 영혼의 구원을 놓고 흥정하는 식의 성무집행이며 또한 중대한 직무유기인 것이다.

 

대세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병자성사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본당 사무장과 지역장의 주장은 무한히 베풀어 주시며 한 사람의 영혼도 구하시고자 애태우시는 그리스도의 사랑 정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교회법에도 위배되는 사례임이 분명하다.

 

불쌍한 바오로형제의 영혼은 누가 구원의 길로 인도해 줄 것인가?

 

 



90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