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제가 1분에 한 300타 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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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AngelaPark] 쪽지 캡슐

1999-12-14 ㅣ No.880

할아버지,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 왔어요(옛날에 왔다구요?!)

저는 겨울을 젤 좋아하는데 할아버지는 어떠신지?!

신선하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으면 잠자고 있던 야성이 눈을 뜨며,

아 이게 아니고, 숨어 있던 지성이 기지개를 피며, 어 이것도 아닌데

아하, 눈이 오길 기다리는  장난꾸러기 본성이 고개를 살며시 듭니다 네네!

올겨울 눈이 내리면 귀여운 우리 효정이랑(조카) 꼭 눈싸움을 할거에요!

작년까지만 해도 너무 어리고 약해서 밖에 데리고 나가지 못했지만 올해는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통해 강인한 심성을 연마할 수 있도록 이 이모가

좀 도와 줘야겠어요. 애를 잡겠다구요, 아니 이 기밀사항을...

부디 언니에게만은 보안을! 꼭 좀 부탁드립니다! !  

 

어떻게 지내셨어요? 거의 스케쥴이 신의 경지에 도달하신 듯.

해서 저라도 도와드려야지 싶어 이제서야 편지를 씁니다...^^!

실은, 어저께야 시험이 끝났어요. 어이구 지겨운 시험에다 페이퍼까지

완전히 죽을 맛이었지만 그래도 끝나고 나니 너무 좋아서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급기야 무거운 몸통을 외면하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네요!

날 잡아봐라 하면서요!!

 

오랜만에 컴앞에 앉으니 감개 무량하네요, 것도 이렇게 정다운 할아버지랑.

밀레니엄 열풍앞에 다들 웃기고 있네 엄청난 상술이라며 비웃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인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우리의 주님께서

몸소 방문하신 지구가 이천년의 세월을 버티고 있다니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왜이리 안오시나 오실때가 되얐는디 하며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려 봅니다.

옆에 아니 계셔도 이렇게 좋은데 오시면 어떨까요?

마리아라는 여인은 향유를 부어 발을 씻겨 드리고 탐스런 머리칼로

닦아 드리기까지 하셨다지만 전 아무 말도 못하고 계속 어어 하다가 기절할거에요. 그래도 만일 주님께서 기다려 주신다면 우선

제일 좋고 향기로운 차를 한잔 올리고 그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어제 만났다 헤어진 사람들처럼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아주 일상적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를.

왜냐면 우리의 주님은 비상한 기억력으로 제 신변에 관해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계실 터이므로. 그리고 저는 막 조를테야요,다음 책은 언제 쓰실거냐고, 혹 받아쓸 사람이 필요하시다면 냉큼 나서서

제가 1분에 한 300타 치는데요!  

 

인자하신 우리 주님은 우리의 소원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바쁘시고 경황없는 틈을 쪼개어, 게다가 아기로 분장까지 하시어

오는 25일경(정확히 24일밤)에 제가 다니는 여의도 본당에 오시겠다니

저는 그날만을 그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또 기다릴거에요!!

 

 

할아버지, Noel!!

 

 

안젤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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