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내가 생각하는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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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seonbie] 쪽지 캡슐

2008-08-27 ㅣ No.8040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 된 이후 추기경의 지난 몇년간의 행적을 보고 여기저기서 한국교회의 보수화를 우
 
려하는 소리가 있어왔다.
 
정진석 교구장 체제 하에서 별다른 대사회 메시지가 사라졌던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수년동안의 행적을 짚어보기로 한다.
 
 
 
첫번째로, 2000년 한해동안 의약분업으로 의사들이 파업하고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 당시 정진석 대주교는 주보를
 
통하여 정부에 이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라고, 결과적으로는 의사들편에 섰던 메시지를 내놨다.
 
반면 그로부터 2년 후, 가톨릭병원 근로자들의 장기파업사태 때는 어땠는가?
 
노동자측과 일체 대화를 거부하고 나랏법의 '직권중재'에만 매달렸다. 그 당시 직권중재제도가 위헌이라는 법률적 시
 
각도 있던 마당에 의사들의 파업에는 너그러웠던 교구장이 병원근로자들의 파업에는 지극히 매몰찼다. 심지어 공권
 
력을 동원하여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성당에서 끌어내는 것도 불사했다.
 
명동대성당 공권력투입 때 격앙했던 교계를 생각하면서 어이없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결국 노동자들이 로마교황님께 상소하겠다고 하자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교회지도자들이 중재에 나서서
 
간신히 봉합될 수 있었다(유럽인인 교황님과 로마의 고위성직자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두번째, 4년 전 17대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존폐로 정치권이 시끄러웠을 때, 종교계 지도자들이 저마다 존치 또
 
는 폐지의견을 한마디씩 했다. 이상했던 것은 은퇴한 전임자(김 추기경)가 폐지를 반대하는 발언을 했는데, 정 대주
 
교는 아무 말씀도 없었다. 나는 정진석 대주교가 추기경에 서임되고 나서 보도된 아픈 가족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 3년 전 황우석 "광풍"이 온나라에 불었을 때 얘기다. MBC PD수첩이 황우석의 연구진실을 파헤쳐 이를 보도
 
했다. 그러자 PD수첩은 말그대로 '거국적 저항'에 부딛혀 광고중단과 프로그램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평
 
소 기회만 되면 황우석의 줄기세포연구에 반대해온 교회가 이번에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마치 앞에 있던 동지
 
가 뭇매 맞는 걸 보고 뒤로 물러나 팔짱끼고 보듯이 말이다! 그 해 연초에 사학법개정에 반대하여 안해도 되는 "정치
 
관여"까지 했던 교구장이, 이 문제에 있어서 무엇보다 든든한 우군인 진실을 보도한 방송사가 쑥대밭이 되는데도, 또
 
신앙의 문제임에도 가만히 숨죽이고 있었다니 시쳇말로 나는 확 깼다!
 
사학법개정문제는 '힘센' 수구야당과 수구언론이 함께하니 외롭지도 '겁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황우석 반대와 문
 
화방송지지는 정 대주교와 천주교회로서는 감히 대놓고 못할 일이 었을까?
 
 
네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되었을 때, <프레시안>에서 정 추기경의 아버지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2006년 3월 8일).
 
정진석 추기경의 아버지는 해방 후 월북하여 북한의 공업성 부상(차관)을 지낸 정원모이고,  북한에 부친이 낳은 이
 
복형제가 있다는 것이 보도내용이었다. 보도내용이 사실인가 묻자 그제서야 이를 시인했다. 나는 그 때 이제는 '레드
 
컴플렉스'가 사라지겠구나 생각했다. 추기경님이 아픈 가족사를 딛고 누구보다 앞장서 민족화해의 길을 갈 것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전종훈 신부에 대한 '좌천성' 인사는 그게 아닌 것 같다. 이번 사제인사는 교회안팎의 "촛불시위는 좌
 
경폭도, 이를 돕는 사제들도 빨갱이" 라는 말에 추기경이 동의하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빨갱이 컴플렉스' 때문
 
압력에 쉽게 굴복했든지 둘 중 하나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체불명의 가톨릭 '참칭'단체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대하여 일간지에 의견광고로 맹비난했을 때, 추
 
기경과 교회당국이 아무 주의도 주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치적 중립'이 아닌 편파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
 
다!
 
 
따라서 내가 내린 결론을 정진석 추기경은 비겁하다는 것이고 적어도 추기경의 말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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