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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식인의 사회 - 金聖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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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peace-maker] 쪽지 캡슐

2008-09-01 ㅣ No.8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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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식인의 사회.........金聖坤



한국은 세계에서
종교가 가장 번성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교인 아닌 사람이 없고,
교회 없는 동네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외국인들은 무수한 교회 십자가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수많은 사찰(寺刹)들과
5만 개에 이르는 교회 건물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개신교 건물을
다섯 채나 갖고 있는
나라이다 보니, 한국은 각 종파가 주장하는
신자 수를 합하면
실제 인구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종교적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종교적’이 되기 쉽다.
그러나 교리 준수와 적극적 포교,
그리고 절대적 믿음을 요구하는
종교적 신념이 다른 것과 결합하면,
자칫 교조주의와 집단주의 문화,
그리고 경직된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어
자신의 신념을
남에게도 강요하게 되고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척하게 된다.

원로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가
정년퇴임 고별강연에서
모든 것이‘종교적’으로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의 분위기에
우려를 표명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일 것이다.
종교의 특징은 일단 믿게 된 후에는
순교도 불사할 만큼
불변의 신앙을 고수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어떤 것이‘종교적’이 되면,
자칫 열성과 독선이 앞서며 배타적이고
경직된 도그마가 되기 쉽다는 데 있다.

9·11 테러범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별 죄의식 없이 죽일 수 있었던것도,
또 나치 독일이나
발칸반도에서‘인종청소3가 가능했던 것도,
그리고 최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게 된 것도
모두 정치적 신념이‘종교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찍이 예수가 지적했듯이,
‘자기만 옳다는 확신 (self-righteousness)’은
가장 위험한 발상이다.

청교도들의 마녀재판이나 극우파들의 매카시즘 같은
역사적 과오들도
모두‘자기만 옳다는 종교적 확신’에서 비롯되었다.

그러한 잘못을 바꿔줄 수 있는것은
잘나가는 정치나 경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늘 냉대받는 교육과 문화다.
교사들은 날마다 학생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감동적인 참교육을 시켜야만 한다.
제자들에게 학문이나 무예를 전수해주기 전에
먼저 고행을 통해 인간수업을 시켰던
선인(先人)들의 지혜는
곧 수양이 덜된 사람의 손에 들어간
지식이나 기술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시사해 주고 있다.
실종된 도덕과 윤리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독선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 때만이라도
공부 대신 인성교육을 시킬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 또한
세계문화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방법을 모색하며,
서로 문화가 다른 사람들끼리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은 지역감정의 왕국이자,
외국인들을 학대하고 착취하고 혐오하는
극단적 민족주의 국가라는
오해 속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다.
이 중요한 ‘문화의 시대’에 문화부가 하는 일이 결코
국내 문화단체들의 재정적 지원이나,
옛 공보처처럼 대통령의 홍보나 언론 통제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케네디 대통령은“나라 살림을 잘못하면 소수가 괴롭지만,
외교를 잘못하면
온 백성이 고통을 당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상당수 국민들은 지금 새 정부의 불확실한 외교능력과
전문가 부재에 불안해하고 있으며,
편중된 인사정책과 일부 공직자들의
도덕적 결함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신만 옳고 타인은 틀렸다는 종교적 확신 앞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약하고 듣는 귀는 없으며,
비판적 지식인들은 무차별 사이버테러에 시달리다
이윽고 침묵 속에 빠져 들어간다.

교육과 문화가 제 구실을 못하고,
이념과 신념이 종교적·감정적 ·극단적이 되는 사회에서
지식인은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식인이 침묵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깨어있는 교사가 나서서
잘못된 교육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죽은 지식인의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가 나서서 잘못을 바로잡아야만 한다.
죽은 지식인의 목소리는 다시 되살아나야만 한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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