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일상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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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6-01-28 ㅣ No.498

 

 

한 여인이 근심어린 얼굴로 신부를 찾아왔다.
"신부님, 저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어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지만 늘 작심삼일이여서 새해에 세운 계획도 지금은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신부는 여인의 말을 듣고 창고로 가더니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낡은 소쿠리를 들고 나왔다. 신부는 그 소쿠리를 여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유는 묻지말고 여기에 물을 가득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구멍이 숭숭 난 고쿠리에 물을 담아 오라는 말에 여인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신부의 말을 따라 우물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소쿠리에 물이 담길리 없었다. 여인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돌아와 신부에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쿠리를 내밀었다.

그러자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소쿠리에 물을 담지는 못했지만 소쿠리의 먼지는 깨끗이 사라졌지요? 마음먹은 대로는 안 되어도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입니다."
- 다움 카페, ''성 이냐시오 영성''(cafe.daum.net/ignatiu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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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으면 소쿠리를 내팽겨쳤을텐데...

당장 달라지는 것이 없는 듯해도 꾸준한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음에 느낌이 없는 기도라도 꾸준히 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분심 잡념이 들더라고 묵주기도를 계속하다 보면 요동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끼지요.

결과와 업적에 집착한 현대인들은 당장에 뭔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바가 없으면 견디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큰 인내 없이는 결코 변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특히 ''빨리 빨리'' 문화에 젖어서 사는 한국인들에게 ''기다림'', ''인내'', ''꾸준함''의 덕성은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느님도 구세주를 세상에 보내시기 위해 몇 천년을 기다리셨습니다. 그분은 서두르지 않는 분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이해하고 만나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바보스럽게 보이더라고 꾸준하고 우직하게 기도하고 노력하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 손희송 신부

인내는 모든 것을 얻게 한다 -대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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