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To my mother

인쇄

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3-02-19 ㅣ No.244

"하늘에 계신 그리운 어머니께!"

 

그리운 어머니.

 

살아 생전에는 단 한 번도 편지를 쓰지 아니하였던

 

제가 편지를 씁니다.

 

 

 

살아있음은 수수께끼와 같고,

 

돌아가심도 우리의 인간으로는 풀어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세계의 일이므로

 

지금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 알 수 없습니다마는

 

저는 이것만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

 

 

 

제가 이제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이지 아니하고

 

우체통에 집어넣지 않아도

 

어머니는 제 편지를 받으시리라는 것을 저는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저와 함께 항상 계시는 어머니.

 

 

 

참으로 이상하지요.

 

우리들 사람이란 서로 이 지상의 나그네로 살아있을 때에는

 

서로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아니하고,

 

그리 바쁜 일도 없으면서도 만나면 얘기도 대충대충 나누고,

 

 

 

사랑도 슬픔도 기쁨도 대충대충 나누는데

 

그것이 불가능하여 져 죽음으로 이별하게 되면

 

그것이 참으로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람이란 참으로 불완전한 미완성의 존재인 것 같아요. 어머니.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저희 어머니로 와 주셨다가 선의로 갈아입고

 

하늘나라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 버린 어머니.

 

 

 

살아 있음은 눈 먼 세계와도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는 것이

 

살아 있을 때의 기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요즘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바람은 제가 불고 싶은대로 불어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도

 

바람이 어디서부터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거늘

 

하물며 우리들의 영혼이야 어디로 가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고

 

 성 프란치스코가 말하였던 것처럼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여자는 죽지만 '어머니'는 창세기 이래로

 

한 번도 죽지 않은 영원한 모상인 것입니다.

 

그리운 어머니.

 

 

 

이제는 어머니를 생각해도 별로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벌써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5년의 세월이 흘러버려서

 

어머니와의 추억을 잊어버린 때문도 아니에요.

 

 

 

어머니와 이별하였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원할 때

 

언제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고 제 마음 속에 항성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지상의 나그네 되어 있을 때의 애틋함 그대로

 

언제나 저를 보살펴 주세요.

 

당신은 어머니의 이름으로 제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고

 

이 지상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태어나 제일 먼저 배운 말 첫 마디가 '엄마'였듯

 

어머니가 가르치신 말,

 

노래들은 언제나 제 가슴에 마르지 않고

 

샘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머니,

 

언젠가 제가 어머니처럼 낡은 육신의 의상을 벗고 돌아갈 무렵에는

 

어머니와 자식이 아니라 같은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어

 

서로의 얼굴을 비비며 이 지상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을 기억하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어머니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이 가엾은 아들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소서.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아들 올림.

 

                             최인호 <소설가>

 



15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