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신부님 오가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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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ch033] 쪽지 캡슐

2001-03-06 ㅣ No.2615

  이기헌 신부님 가시는 날. 그리고 새 신부님 오시는 날

 

 오전 날씨는 우중충했다. 일찍부터 사목위원과 단체장을 비롯하여 많은 신자들이 이기헌 신부님이 가시는 길을 배웅하기 위하여 나와있었다.  신부님을 마중하기 위하여 강남성모병원에서 여러분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9시 30분 신부님은 양편으로 갈라서서 배웅하는 신자들 사이를 걸어나와 차에 오르시고 배웅하기 위해 동승한 박주현 사목회 부회장님과 같이 청량리 성당을 떠나셨다. 본인의 성격대로 신자 하나 하나에게  눈길을 주시거나 구구한 사설없이 그렇게 가셨다. 그러나 배웅하려고 서 있는 신자들 사이를 걸어가시던 신부님의 어깨에서 이 청량리 본당과 신자들에게 깊은 미련이 남았음을 읽을 수 있었다. 보내는 신자들도 신부님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리라. 다시 한번 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기원해 보았다.

 

10시가 되자 맞이하러 간 총회장님의 안내로 새로 오시는 권흥식 신부님께서 도착하셨다. 신부님은 성당마당에 내려 신자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대성당으로 올라 가셨다. 신부님은 처음 인사말에서 "저는 빠른 것이 좋습니다. 제 성격이 급하기 때문이지요."하고 말씀을 시작하시며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마음에 담고 있다면 그 내용이 좋은 것이라면 좋은 것이라 하셨다.

사목위원, 단체장과의 상견례를 겸한 다과회에서 한사람 한사람씩 자기 소개를 할 때 벌써부터 활동내용에 관심을 나타내 구체적으로 질문도 하며 본당 업무를 알고자 하셨다.

신부님을 따라 온 인창성당 신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신부님은 구리 인창본당에 첫 주임 신부로 가셔서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번에 청량리로 오신 것이다.  인창동성당은 신설본당으로 성당을 신축하다가 옮겨오셔서 신부님도 아쉬움이 많으셨단다. 보좌신부 없이 혼자 주일이면  숙소에서 자동차로 10분 이상 떨어진 성당을 분주히 오가며   하루에 미사 4대를 집전하고 식복사없이 직접 식사를 준비해 드시며  지내셨다고 한다. 이날 신부님의 도착을 기다리던 신자들은 봉고차 뒷 좌석과 1톤차를  반도 안채우고 온 신부님의 너무나 단촐한 이삿짐에 놀랐다. 책보따리도 별로 없어 보였다.

"신부님은 공부를 안 하시나보다." 고 농담을 한 신자도 있었지만  "입을 옷도 두벌이상 갖지 말라 "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뜻으로 모두 나누어 주고 오셨다고 하신다.

 신부님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하셨다. 자신도 그럴 것이라고 하셨다.  할 이야기는  기탄없이 말하고 뒷말은 하지 말며 기쁘게 사는 공동체가 되도록 하자고 하셨다.

앞으로 더욱 좋은 공동체를 만들도록 신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성인 신부는 신자들이 만들고, 좋은 신자 역시  좋은  신부가 만든다"는 - 상호 작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을  떠올리며 부드럽고 온화한 우리 청량리 성당의  좋은 전통과 문화를 가꾸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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