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사막의 수수께끼...바람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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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 [theophile] 쪽지 캡슐

2000-02-25 ㅣ No.1902

 " 파티마는 천막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잠시후면 해가 뜰 시간이었다. 새날이 밝을 때면

 그녀는 다시 나와 지난 많은 세월동안 해왔던 일들을 할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 이제 모든 것이 그전과는 다른 것이었다. 청년은 이제 더 이상 오아시스에 있지

 았았고, 그녀에게 오아시스는 조금 전의 그것을 의미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오만 그루의 야자수와 삼백 개의 우물들이 있는 곳도, 나그네들이 오랜 여행에 지친 후에

 기쁨에 넘쳐 도달하는 곳도 아니었다. 오아시스는 그날 이후로 그녀에게는 텅 비어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날을 뒤로하며, 그녀에겐 사막이 더욱 중요한 곳이 되어 버리리라. 청년이 그의 보물을

 찾기 위하여 어떤 별자리를 따라갔을까 알려고 애쓰며, 그녀는 매일 밤마다 사막을 바라볼

 것이었다. 부는 바람결마다 입맞춤을 실어 보내면서 그녀는 그 바람이 멀리 날아가 청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꿈과 보물을 찾아서 자기의 길을 떠난 용기 있는 남자를 기다

 리는 여자로, 그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고 말해 주기를 소망할 것이 었다.

 그 날을 뒤로하여, 사막은 그녀에게 단지 한 가지 것으로만 다가올 것이었다. 바로 그가

 돌아오리라는 소망, 그것이었다."

 

 

 "청년은 앞에 보이는 지평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 멀리로 산들이 있었고, 모래언덕과 바위들과 생존이 불가능한 곳에서 삶을 지탱해 나가는 넝쿨식물들이 있었다. 또한 거기에

그가 이제까지 지나온, 그랬음에도 다만 아주 조그만 부분만을 알고 있는 사막이 있었다.

그 조그만 일부분에서 그는 영국인과 대상단과 부족사이의 전쟁과, 그리고 오만 그루의 야자수와 삼백개의 우물이 있는 오아시스를 만났던 것이다.

 ’오늘은 무엇을 찾으려 여기에 왔니?’

 사막이 물었다. ’우린 이미 어제 충분할 만큼 서로를 바라보았잖아?’

 ’너의 어느 지점인가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깃들여 있어.’

 청년이 말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너의 모래들을 바라볼 때는 또한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것야. 나는 그녀에게로 돌아가고 싶고, 바람으로 변하는 데는 너의 도움이 필요해’

’사랑이 뭐지?’ 사막이 물었다.

 

 

" ’무엇때문에 내가 사랑을 알지 못한다고 얘기한 거지?’ 해가 청년에게 물었다.

 ’왜냐하면 사랑은 사막처럼 멈추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처럼 세상을 달리는 것도

 아니고, 너처럼 멀리서 모두를 지켜보고 있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야. 사랑은 천지만물의 정기를 변화시키고 향상시키는 힘이란 말이야. 처음으로 그 힘을 살펴보았을때

나는 그것이 어떤 완전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러나 후에 나는 그것이 피조물들이 비춰진 모습이고, 거기에 그들의 투쟁과 그들의 열정이 있는 것을 보았던거야. 우리들은 만물의 정기를 길러주는 것이고 우리가 더 좋아지거나 또는 더욱 나빠지는 것에 따라 우리가 사는 이땅도 더 진보하거나 후퇴하거나 하는 것이지. 바로 그곳에서 사랑은 힘을 발휘하는 거야, 왜냐하면 사랑을 하게되면 우리는 언제나 지금의 존재보다 더 나아지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단 말이야’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해가 청년에게 물었다.

 ’바람으로 변할 수 있게 도와 줘, 해야’

 청년이 대답했다."

 

" ’이 모든 것을 기록하신 그 손에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어’

 이윽고 해가 입을 열어 말해 주었다.

 

 바람은 기쁨에 들뜬 소리를 지르며, 이제까지의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심하게 불어댔다.

천막들이 모래에 찢겨져 펄럭이고, 짐승들을 묶어두었던 고삐들의 끈이 모두 끊어져 버렸다. 바위 위에 있던 사람들은 바람에 멀리 날려가지 않으려고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

쩔쩔매고 있었다.

 청년은 드디어 천지만물을 홀로 기록했었던 그 손에로 우러르며 돌아섰다. 그 어느 말도 입에서 나오질 않았고, 그는 온 우주가 침묵으로 고요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 또한 고요 속에 잠겨들었다.

 그 어떤 사랑의 힘이 그의 마음속으로부터 용솟음쳐서 나와서, 청년은 조용히 기도를 시작했다. 그것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간구도 없는 기도인 까닭에, 이전까지는 그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기도였다. 그의 양떼가 먹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도 아니었고, 크리스탈을 더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애원도, 그가 만났던 여인이 그의 귀환을

인내해며 기다리게 해달라는 바람도 아니었다.

 계속되는 고요 속에서 청년은 결국 사막과 바람과 태양 역시도 저 손이 기록해 놓은 그 표적들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것임을 알았다. 그들 또한 각자의 길을 꾸준히 통과해서 조그만 한 개의 에메랄드에 기록되었던 그 몇줄을 이해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러한 표적들이 땅과 온 우주에 흩어져 가득 차 있음을 그는 알았다... 청년은

만물의 정기 속으로 고요히 잠기면서, 신의 마음이 청년 자신의 마음인 것을 보았다.

 그리하여 그 자신이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

 

 - 파울로 코엘로의 소설 "연금술사"의 몇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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