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이심전심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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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ody] 쪽지 캡슐

2000-12-06 ㅣ No.1398

 

수화를 배워 본 적이 없다. 수화를 볼 때 마다 얼마만큼의 내용이 전달되는지 자못 궁금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반 대화를 통한 의사 소통의 반도 전달이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대화를 통해서는 상대방의 의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말하는 사람도 자기 의사의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듣는 사람도 상대방의 말을 잘 귀담아 듣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상대방의 대화에 경청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충 듣고 건성 듣고 지레 짐작을 한다. 오히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기보다는 자기 말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지위가 높으면 많이 달라지긴 한다. 대통령께서 국무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면 국무위원들 모두가 눈 내리 깔고 한결 같이 메모장을 꺼내어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지위가 낮다 보면 듣기 보다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수화를 할 때는 대화 때보다는 좀 더 경청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적어도 한 눈 팔며 듣지는 않을 것이다.

 

독심술이라고 하던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다. 마술처럼 상대방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용케 맞추는 기술도 있고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초능력으로 심령술을 발휘하기도 하고 손바닥만 보고도 그 사람의 길흉을 알아내는 역술도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조금만 노력을 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비록 말을 하지 않고 몸짓을 하지 않고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석가의 마음을 안 가섭이 미소로 표현한 이심전심을 기술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랑의 차원으로 누구나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 억눌린 사람, 아니 가까이 우리 옆에 있는 배우자의 마음을 우리의 노력으로 알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자기 주장을 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기에 앞서, 상대방이 하고 있는 표현 내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사회 곳 곳에서 한국인의 문화로서 꽃 피우는데 우리 신자들이 앞장 선다면 주님의 마음을 알고 따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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