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주임신부님을 위한 추천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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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기 [songsk] 쪽지 캡슐

2002-07-03 ㅣ No.4384

안녕하세요?

중계동본당의 송 승 기 스테파노입니다.

저.....잘있습니다.

김 성 두 노엘 형제 편에 신부님 소식 가끔 듣읍니다.

더운 날씨에 [59년 왕십리 = 1959년 교구로 부터 인가된 왕십리 본당이란 뜻]의 사목에 바쁘시지요?

왕십리본당의 사목협의회는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본당에서 가까운 곳으로 주임신부님께 추천하오니 한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동글동글, 쫀득쫀득 곱창 대축제”

왕십리 곱창 구이 골목   늦은 오후.

왕십리의 좁다란 이 골목은 지글지글 곱창 굽는 소리와 구수한 연기 냄새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지개를 펴며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곱창들의 새 단장. 가자!  왕십리 곱창골목!  

 

조선시대부터 ‘왕십리’라 불려 온 이 곳은 서울 시내에서도 오래 된 거리 중 하나. 그만큼 사람들의 숨결과 오랜 시간을 같이 해 왔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왕십리 틈새에 아담하게 자리한 곱창 골목 또한 포함된다.  약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 곳엔 수많은 공구 가게들이 차례로 줄지어 서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동대문 근처의 곱창 가게들이 하나둘 씩 여기로 이사해 어느새 골목 이름까지 차지하고 말았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 격이지만, 그만큼 곱창 맛 하나는 일등이라는 결론!  

 

일반적으로 곱창 요리하면 순대와 곁들인 곱창 볶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골목에서는 볶음 요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구이 요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 곱창의 기름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 볶음의 매력이라면 기름기가 가신 구이 요리는 담백함이 매력이다. 잘 구운 곱창에 적당히 매콤하고, 적당히 새콤한 양념으로 다시 옷을 입혀 나온다.  가게마다 맛이 약간씩 다른 것은 바로 이 양념장! 달콤함이 더한 것, 새콤함이 좋은 것, 매운 맛이 강한 것 등 구이 맛을 결정짓는 변수가 된다. 도시락 어묵처럼 말린 곱창은 쫄깃쫄깃함이 아주 강하다. 언제 목구멍으로 넘겨야 할지 걱정될 만큼 질긴 맛도 없지 않지만 그 누가 말했던가. 곱창은 씹는 맛이라고!

 

곱창 굽는 연기에 번지는 옛 시절의 모습

일을 시작하기 전 출출한 배를 채우러 왔다는 동대문 상인 김성철(43)씨. “볶음보다는 구이를 더 좋아해요. 쫀득함이 더 살아있다고 해야 하나? 이 쪽에서 쭉 지내와서인지 내 집 같은 곳이죠.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옛 생각이 많이 납니다.”  유명한 맛의 시작은 연탄으로 구워내는 데서 출발한다. 가게 입구 앞 조그만 천막 아래 아담하게 만든 연탄 화덕에서 일단 곱창을 초벌구이 한다. 숭숭 뚫린 구이 판 사이로 기름기가 남김없이 빠져 곱창의 비릿함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연탄이 뿜어내는 매운 연기가 손님들의 눈물샘을 자극할까 하는 우려에서 실외에 일부러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눈요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어서 오십쇼!~ 서비스 잘해 드릴게~ 잉?”

특유의 친절과 웃음으로 곱창을 굽는 주인들의 모습을 보면 어느 집의 맛을 볼까 내심 걱정 아닌 걱정에 빠지는데…. 기름 보일러, 가스 보일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지금, 입으로 후후 불어가며 연탄 불씨를 살리려 했던 지난 시절을 아스라이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이 곳을 속속 찾아든다.   

 

굽는 정성 한 가득 ‘정부네 곱창’

곱창 골목에서도 부자가 함께 운영하고 있어 따뜻함이 새록새록 더하는 집이다. 여기에 자리한 지도 어느 덧 10년. 긴 시간 때문인지 아버지 오정부씨의 곱창 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연탄 철판 가득 곱창을 쏟아 부은 뒤 싹싹 뒤집어 가며 익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자 사먹으라고 용돈을 쥐어주던 할아버지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타지 않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죠. 기름기를 쫙 빼내 비릿함을 없애줘야 그냥 먹어도 느끼하지 않아~.” 거리 특색에 따라 이 집도 구이 요리를 주특기로 내세운다. 야채 곱창은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 향긋함이 가미된 것이 특징. 뽀로록 빨아먹는 당면 또한 먹는 재미를 배로 늘려준다.

 

소의 네 개의 위 중 ‘양’이라 불리는 두 번째 위로 만든 양 곱창과 소 곱창은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담백함이 더한 메뉴. 어떤 메뉴든 연탄불에 먼저 구운 곱창 조각 하나하나에 집에서 손수 만든 고추장 양념과 잘 섞고 톡톡 씹히는 깨 가루를 솔솔 뿌려 넣으면 완성! 안주인의 정성이 가득 깃들어서인지 맛 또한 따뜻함이 배어 있다. 곁들여져 나오는 깻잎에 곱창을 한 두 조각 올려놓고 쌈장을 묻힌 마늘을 얹어 잘 포개 먹는 것이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 야채의 향기로움과 마늘의 톡 쏘는 향, 쌈장의 달콤함이 곱창의 남아있는 느끼함을 압도해 버린다. 거기다 매콤하고 새콤한 고추장 양념은 곱창을 씹을수록 주르륵 배어 나와 오랫동안 맛이 입안에 감돌게 된다.

 

씹는 재미에 배부름을 못 느꼈다 싶어도 걱정은 필요없다. 곱창 구이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볶음밥’. 다 먹고 남은 곱창 양념에 갖은 재료를 더해 밥을 볶아주는 것. 수북이 파내 한 숟갈씩 먹다 보면 눈 아래로 슬며시 부른 배가 보인다. 탕 요리를 유난히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얼큰하게 끓인 곱창 전골 또한 속을 삭히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근처 상인들, 조금 멀리는 동대문 상인들, 직장인들이 그 맛에 매료된 단골 손님들이다. 새벽까지 되는 장사에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쉽지만 천직이라 여기고 힘을 낸다는 아들 오진수씨. “청결한 상태와 친절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앞으로도 이제까지 해온 마음 그대로 가지고 장사를 해야죠.”하며 웃어 보인다. 비가 오는 오늘도 ‘정부네 곱창’의 두 안주인은 새로 만나게 될 손님들을 맞을 채비를 하느라 눈코뜰새가 없다.

 

메뉴: 야채곱창 7,000원, 구이곱창 7,000원, 양 곱창 1만2,000원, 소 곱창 1만2,000원, 곱창 전골 1만 2,000원 (포장가능)

영업 시간: 오후 4시~ 새벽 6시 ☎ 02-2298-0595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하차,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도보로 5분 . 교통안전관리공단 맞은편 골목으로 300m 정도 들어가면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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