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110번: 경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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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04 ㅣ No.2501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110번 “경사롭다”

 

 

찬미 예수님!

 

12월의 성가는 성탄을 맞아 가톨릭 성가책 110번 <경사롭다>로 정하였습니다. 이 곡의 가사는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으니 이 경사를 기뻐하며 주님을 찬양하라는 내용입니다. 누구나 잘 아는 노래이고, 가사 역시 흔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한번 해 봅니다. 우리는 왜 ‘성탄’을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요?

 

성탄절이 되면 많은 사람이 기뻐합니다. 심지어는 믿지 않는 사람도 기뻐합니다. 하지만 그 기쁨의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요즘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려 동물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며 깊은 사랑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를 사랑한다고 하여도 개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신 성자께서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여 인간이 되신 것이 바로 ‘육화(肉化)’ 사건입니다. 개와 나는 피조물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전지전능하신 분인데도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 것입니다.

 

제가 새 신부였을 때, 동창들에게 스토커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섭섭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난 인기가 없나?’라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들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스토커인데도요. 그만큼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요. 생각해 보십시오. 옆집 아저씨가 아닙니다. 하느님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면 얼마나 설레겠습니까? 연예인 따위가 아닙니다. 하느님입니다. 나를 따르는 팬클럽이 있다면 정말 기쁘지 않겠습니까? 인간 따위가 아닙니다. 하느님입니다. 그 하느님께서 나를 너무 사랑하셔서 친히 당신의 피조물 따위인 인간이 되신 것입니다. 이는 너무나도 기쁜 일이며 은총입니다. 우리가 신경을 바칠 때, 성자께서 사람이 되셨다고 읊으며 깊은 절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성탄절이 점점 세속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 아플 때가 많습니다.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하는데, 그 말 뜻 자체는 ‘기쁜 그리스도의 미사’입니다. 미사를 드릴 것도 아니면서 많은 사람이 ‘기쁘게 그리스도의 미사를 드리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는 제가 이상한 사람일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앙인 여러분, 성탄의 참 의미를 알고 그에 합당한 기쁨을 누리십시오. 올해 성탄절은 그 어떤 때보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느끼며, 기뻐하고, 그분을 경배하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길잡이, 2017년 12월호, 송재영 야고보 신부(이문동 성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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