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 3 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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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교윤 [chusimon] 쪽지 캡슐

2000-03-25 ㅣ No.440

사순제 3주일 나해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하시고, 성전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시장터가 된 것을 보시고 채찍을 휘둘러 그들을 모두 쫓아 내셨다는 내용입니다.  조금 충격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예수님의 이 모습, 채찍을 휘둘고 환전상들의 상을 둘러 엎으셨다는 이 내용은 도저히 예수님의 모습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전 정화라고 하는 바로 이 사건 때문에 예수님은 더더구나 당시의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앙심을 품게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시고 모른 척하실 일이지, 꼭 그렇게 하셨어야 했는가? 그렇게 하셔서 결국 미움을 받고 모함을 받고 십자가 죽음에 이르셨어야 했는가?

 

 그러나 우리가 예수님께서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맏음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하실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인정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 복음의 상황으로 좀더 깊이 들어 가 봅시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전은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해도 정기적으로 1년에 한번은 성전을 순례합니다. 성전에 와서 기도하고,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그동안 하느님께 발못하였던 모든 죄들을 구하고 번제물과 희생제물을 바쳤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성전에는 외국에서 순례를 오는 사람들의 편리를 봐 주기 위해서 돈도 바꿔주고, 번제물로 쓰일 동물들도 팔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제는 시장터로 변질되어 간 것입니다. 당시의 지도자들은 이런 상황임에도 그것을 못본체 묵인하고, 상인들이 거두어 주는 뇌물이나 챙기며 모른척 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인 성전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늘어 놓는 장소가 되었고, 기도하는 장소인 성전이 자기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소리지르고 법석을 떨어야 하는 장소가 되 버린 것입니다. 한 마디로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장소가 되어 버린 것이고, 하느님이 흠숭이 대상이 아니라 자기 생업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화를 내시고 이렇게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시면서까지 성전을 정화하신 것은 절대적인 흠숭과 찬미를 받으셔야 할 하느님을 팔아 자기 잇속을 채우는 데 까지 타락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예수님께는 참을 수 없는 것이고, 채찍을 휘두르게 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이 성전 정화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하느님을 팔아 자기 잇속을 채우는 신앙, 다시 말해 절대적인 목적이신 하느님을 수단으로 만드는 신앙이 우리들각자에게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을 믿고 열심히 기도하는 이유가 우리 자녀가 좋은 학교에 들어 가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하느님을 내 욕심을 채우는데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신자다운 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믿게 하기 위해 천주교 신자라고 말하는 것도 하느님을 파는 것입니다.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서, 또 감투를 얻기 위해 열심한 척하고 참 신앙인 것처럼 행동하기 것도 결국은 자기 명예욕을 채우기 위해 하느님을 파는 행위입니다. 한마디로 나의 여러 가지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 기도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내 삶의 수단으로 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앙이 아니고, 이것은 하느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말라'는 십계명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성전을 정화하시면서, 우리에게 하느님께 절대적인 흠숭과 믿음을 가지도록, 하느님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라보도록 하십니다. 하느님을 팔아 자신의 거짓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을 버리도록 촉구하십니다. 하느님을 팔아 자신의 명예욕을 채우려고 하는 욕심을 버리도록 보여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성전 정화 사건을 통해 성전은 기도하는 집이고, 신앙은 하느님께 절대적인 흠숭과 믿음을 갖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됩니다. 혹시 우리가 우리의 욕심 때문에 하느님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고, 하느님을 이용했던 적이 있다면, 또 우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하느님을 팔은 적이 있다면, 오늘 우리도 예수님을 통해 우리 자신을 정화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같은 순수하고 절대적인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이 되고자 결심해야겠습니다.  예수님의 오늘 성전 정화를 우리 자신과 우리 신앙의 태도를 정화하도록 촉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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