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날씨가 많이 추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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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smurf] 쪽지 캡슐

1999-11-17 ㅣ No.465

밤바람이 이젠 정말 차갑고 시리게 느껴지네요..

무심코 들러 봤는데 날이 갈수록 풍성해지는 게시판이 기분 좋았읍니다.

낼이 아니 오늘이 수능시험날인데... 내가 아는 입시생들은 다 자고 있을런지.. 암튼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영애글처럼 꼭 이때만 되면 추워지네요...

윤규형, 원구야 가입축하해.. 많이 접할 수 있기를..

그리구 새천년 단체를 운영하게될 새로운 임원들 축하합니다. 축하인사가 늦었네요..

참 미진누이! 뭐 그럴수도 있지~~ 청년들 다 안다는 거 쉬운일 아니잖쑤.. 그리구 한가지 따져야 겠네, 연합회 활동 소홀했던거 인정하지만 나 그렇게 놀고 먹는 그런 대딩 아니유... 몰아붙이지 마슈....

 

성가대 발표회가 얼마남지도 않았는데 연습 많이 못나가 여러가지로 맘에 많이 걸리네요.. 모두들 열심힌데...

하지만 시간날때마다 악보들고 혼자 연습 많이 할께요... 그리고 지휘자님, 이 글을 보실런지 모르겠는데 수,목 연습은 못가겠는데... 어쩌죠??  사실 많이 바쁘네요.. 요새 밤새 할 일들이 많아서..지금도 학교에 있걸랑요..집에도 못가고...흑흑  

죄송합니다...

 

괜한 넋두리만 늘어논것 같네요.. 글 하나 올리고 마감할께요..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학상, 시간 있으믄 잠깐 이리 건너와 볼텨?"

 

창문으로 들어오는 유월의 햇살이 코끝을 간지르던 어느 날 오후,하숙집 주인 할머니의 걸걸한 음성이 나의 졸음을 깼다.

 

어젯밤에 음악을 좀 크게 틀어 놓았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려나,

 

아니면 밤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친구들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 두 달째 밀려있는 하숙비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의 방은 언제나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런데 낡은 경대와 이불 넣는 작은 장이 전부였던 방 한 구석에 못 보던 앉은뱅이 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 번쩍이는 컴퓨터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닌가?

 

"와… 할머니, 이거 어디서 나셨어요?"

 

평소 컴퓨터에 관심이 많던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어서 나긴, 샀지."

 

나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아들이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는디, 편지 보낼 때마다 일주일씩이나 걸린다니 견딜 수가 있어야제. 이 놈만 있으면 편지가 즉시 그 쪽으로 갈 수 있다믄서?”

 

할머니는 인터넷 이메일(E-mail)을 통해 미국에 있는 아들 가족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거금을 들여 최신 기종의 컴퓨터를 장만하신 것이었다.

 

"막상 사다 놓긴 했는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힘들겠지만 학상이 시간 좀 내서 가르쳐 줄텨?”

 

나는 컴퓨터를 켜는 법에서부터 인터넷에 접속하는 법, 이메일을 보내는 법 등을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렸다.

 

설명이 끝날 때마다 할머니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설래설래 흔드시긴 했지만 아들을 생각해서인지 포기하진 않으시려는 눈치였다.

 

한참이나 서로 진땀을 흘리다가 결국은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로 인터넷에 접속해 할머니 수첩에 적혀 있는 아들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시켜 간단하게 사용하도록 해드렸다.

 

"할머니, 이제 여기에 편지를 한번 써 보세요.”

 

할머니는 머뭇머뭇 컴퓨터 앞에 다가 앉아 한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사… 랑… 하… 는… 나… 의… 아… 들… 보… 아… 라.”

 

힘겹게 거기까지 입력시킨 할머니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 동안 움직이질 않으셨다.

 

잠시 후 눈물 한 방울이 자판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맷자락으로 대충 눈물을 훔친 할머니가 내쪽을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남긴 한 마디.

 

"이거… 편지지나 컴퓨타나 눈물나는 건 다를 게 없구만.”

 

 

                                                                                                             -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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