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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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2000-01-17 ㅣ No.3034

 

† 찬 미 예 수 님 !

 

신앙과 지식

 

옛 우리 조상들의 남존 여비 사상으로 여자라면 글도 배울 필요 없이

밥이나 하고 빨래나 하면 그만이라는 못된 생각의 피해를 입은 어느

할머니가 머리는 대단히 좋은지라 창의력을 발휘하였다.

 

어느 날 신부님이 성당에 들어가셨는데 할머니 한 분이 앉아서 무슨

종이를 꺼내 한참 쳐다보시더니 다시 넣고는 눈을 지긋이 감고 한참동안

무슨 생각을 하시다 얼마 후에 다시 무슨 종이를 꺼내시더니 또 한참

쳐다보신다. 마찬가지로 또 한참을 묵상하시는지 눈을 감고 계셨다.

 

하도 이상해서 신부님이 성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할머니를 반갑게

맞으며 "할머니 안녕하세요 ? 성당에서 무슨 종이를 꺼냈다 넣었다

하셨는데 그게 뭡니까 ?" 할머니는 나지막한 소리로 "신부님 ! 난 글씨도

몰라요" 좋은 기도 책이 있어도 소용없어요. 성경도 크게 나왔더라구.

하지만 읽을 수가 있어야잖아요. 그래서 꾀를 냈어요" 하시며 세장의

종이를 꺼냈다. 종이 색갈은 다 달라 흰색 빨강 검정이었다. 신부님은

의아한 눈으로 "그걸로 어떻게 하세요 ?" 하며 신기하다는 듯이 종이를

바라보신다.

 

"빨강을 들고는 예수님께서 피를 흘리셔서 우리를 하느님 나라에 데려

가실 준비를 하셨지.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피를 흐리셨으니 나도

예수님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야지 ! 하는 생각을 하고요. 까만 종이를

보면서는 장예식을 연상하면서 예수님의 죽으심을 묵상하고 흰색을

보면서는 예수님의 부활하심을 생각하면서 언젠가 나도 예수님처럼

부활해서 하얀 옷을 입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야지 ! 하는 생각을 했어요.

 

신부님은 너무도 감탄하셨던지 어리벙벙하시며 말을 잘 못 꺼내셨다.

"할머니 ! 할머니는 참 훌륭하세요. 할머니는 글씨를 보는 어느 사람보다도

훌륭한 기도를 하시는 거예요. 주님은 언제나 할머니와 함께 하시겠지요.

할머니 저도 배운 걸요." 할머니를 떠나 보내시면서 신부님은 물끄러미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계셨다.

 

<신앙의 대화>

 

신앙이란 지식이 아니다. 신앙에는 교만이 있을 수 없다. 많이 배웠으니까

하느님 나라에도 잘 간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

우주를 놓고 볼 때  마치 지구는 콩 싸래기 같은 것이 아닌가 ! 요 조그만

것에서 살면서 영원에 비기면 100 년이라 한들 한 순간에 지나지 않거늘 순간의

삶을 누리는 인간이 알면 무엇을 얼마나 알겠는가 !

 

참신앙은 빨간, 까만, 하얀 종이를 들고 주님의 수고 수난하심과 죽으시고

부활하심 즉 가톨릭 신앙의 진수를 묵상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고 그래야만 신앙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인간임을 긍정하고 주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마음에서 참신앙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

 

---<최기산 신부 지음> [등잔불]중에서---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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