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고추먹고 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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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희 [jkhee] 쪽지 캡슐

2000-08-07 ㅣ No.1190

 

설레이는 맘으로 베낭을 챙기고

 

엄마 모자도 슬쩍해서  집을 나섰는데 이게 웬일이야!

 

비가 오지 뭐예요.

 

이렇게 비가 많이 와서 농활을 갈 수 있을까?

 

가더라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히히! 그럼 어쩔 수 없이 방에서 놀아야겠군!)

 

그런 음흉스런 생각을 가지고 성당에 도착!

 

벌써 많이들 와 있었어요.

 

미선이도 보연이도 대영오빠도 수경이 언니도...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그리고 비디오를 봤죠. 농촌에 관한...  아함~! 말 안해도 알죠?

 

그리고 드디어 버스를 타고 김밥을 먹으며 괸산군(우리는 괴산군을 괸산군이라고

 

부르기로 했죠. ) 으로 갔죠!

 

생각보다 먼곳 이었어요. 읍네에서 한참을 들어갔어요.

 

밤늦게 도착해서 짐을 풀고.... 다음날을 위해서 다들 일찍 자더라구요!

 

그런데 전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대영이 오빠 코고는 소리 때문이었냐구요?

 

아니요. 그날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아침에 엄마가 미역국도 안 끓여주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한테 ’생일 축하 한다’는 말도 못 듣고...

 

왜 그런거 있잖아요. 별것 아닌데 인생이 서글퍼지는거...

 

그런데 잠에서 깬 상숙언니가 기습적으로 축하 뽀뽀를 해줬어요.

 

그래서 상숙언니 손잡고 잠이 들었죠.

 

다음날....

 

정말로 사람들이 새벽부터 깨우는 거예요.

 

그렇게 쏟아지던 비는 어디로 가고 하늘은 정말 푸르렀어요.

 

정신없이 씻고 밥먹고, 8시 부터 일을 나갔어요.

 

트럭 뒤에 타서 (어디로 팔려가는 듯한) 깊은 산 속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토마토 농장으로 갔어요.

 

토마토를 다 따서 이제 그 줄기를 걷어내는 일이었어요.

 

하우스 안이라 땀이 많이 났지만 아직 남아있는 토마토를 보며 신기해 했지요.

 

한 12시쯤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9시 밖에 안 됐다더군요.

 

수녀님이 갈아다 주신 ’토마토,복수박’ 주스를 마시고

 

수박을 초개서 나눠먹고.....

 

사람들이 가득찬 바닷가 보다 훨씬 좋았어요.

 

땀 흘려 일하고 참을 먹는 건....

 

우리 2조는 또다시 고추밭으로 갔어요. 물론 트럭 뒤에 앉아서요!

 

훨씬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어요. 시원한 계곡을 지나서....

 

산봉우리로 둘러쌓인 고추밭 천 오백평!!!

 

뜨아악!!  

 

이곳에 무공해 천연 비료를 뿌리고 잡초를 뽑을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 하더라구요.

 

그런데 사람 맘이란게 참 복잡한 거잖아요.

 

한편으로는 너무 좋은거 있죠. CF에나 나올법한 너무나 예쁜 곳이었거든요.

 

2인 1조로 일을 했어요.

 

한참을 일하다 허리를 펴서 주위를 둘러보면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의 머리가, 엉덩이가 고추사이로 아련하게 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얼른 고개를 숙이고 다시 일을 했죠.

 

가끔씩 커다란 제 엉덩이에 걸려서 고추가 떨어질때면

 

민망해서.... 슬쩍 주위를 살피고....

 

그렇게 땀흘리며 일을 했죠.

 

( 그리고 운전기사 아저씨도 흥쾌히 함께 일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의외였는데

 

제일 열심히 하셨어요. 그래서 운전기사 아저씨도 좋아졌어요. )

 

 

넓다란 바위에 않아서 아저씨가 사오신 막걸리를 한잔! 캬~! 죽이죠!!

 

안주는 물론 고추!!

 

그렇게 높은 산에서 자란 무공해 고추는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시죠?

 

고추는 맵기만 하게 아니예요. 별로 맵지도 않으면서 과일처럼 달작지근하게

 

아삭아삭!!

 

얼마나 맛있는지.....

 

점심시간쯤 돼서 일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계곡에 들려서 물장구도 좀 .....

 

 

돌아가면서 영훈이 오빠의 지도하에 맛있는 식사(?)도 준비하고....

 

참! 점심때는 영훈이 오빠랑 상숙이 언니가 감자를 갈아서 으깨서 3층짜리

 

케익을 만들어줬지 뭐예요.

 

감격감격!! 사실 눈치로 봐서 뭔가 있을 줄 알았지만

 

너무 고마웠어요.

 

점심 교육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영훈오빠, 대영오빠의 장구소리를 듣고

 

학사님의 탈춤을 보고...

 

그리고 오후작업.....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시골 냄새는 머리를 맑게, 사람들을 착하게, 예쁘게 하나 봐요.

 

모두들 전보다 예뻐보이고, 이유없이 실실 웃음이 나오고....

 

신부님이 오셔서 함께 미사를 드리고 그새 까맣게 탄 얼굴로 모두와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그리고....

 

아쉽게도 우리 1박 2일 팀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죠.

 

가족같은 사람들을 그곳에 두고....

 

흘쩍, 훌쩍.....

 

그리고 오늘도 사람들은 일찍부터 일어나서 일을하고 있겠죠?

 

발에다 흙을 묻히며,  영훈오빠가 하는 밥을 먹고

 

동네 어르신들에게 착하게 인사를 하면서.....

 

셈이 나지만 어쩌겠어요.

 

내일 사람들이 도착하면 반갑게 안아주는 수밖에....

 

내일 꼭 안아 주고 싶어요.

 

아마도 힘들었다고 투덜대면서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겠죠?

 

 

                     내년에(?)도 꼭 가야지!! 히~!

                                     MT보다 피서보다  좋은 농활이었어요.

                                              지금도 몸이 엄청 쑤시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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