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배려깊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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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6-02-09 ㅣ No.500

미국 '아마고사’라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작은 길이 있는데, 이 길을 가다보면 중간쯤에 물 펌프가 하나 서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펌프의 손잡이에는 다음과 같은 편지가 담겨진 깡통이 하나 매달려 있다고 하네요.

“이 펌프 옆의 흰 바위 밑에는 물이 가득 담긴 큰 병이 모래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햇볕에 증발치 않도록 마개를 잘 막았지요. 그 병의 물을 펌프에 모두 붓고 펌프질을 하십시오. 당신은 갈증 해소는 물론 씻을 수 있는 물도 충분하게 얻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충분히 물을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다음 사람을 위해서 그 병에 물을 가득 채워 마개를 꼭 막아 처음 있던 대로 모래 속에 묻어 두십시오.

추신 : 병의 물을 먼저 마셔버리면 안 됩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만약 목이 말라서 이 물펌프 앞으로 나온 사람이 너무 급한 마음에 펌프질을 하지 않고 병에 든 물을 마셔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자신은 목마른 것이 해결되었다면서 병에 물을 담지 않고 그냥 자기 갈 길을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순간의 목마름은 해결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충분한 물을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음 사람은 물을 얻지 못해서 큰 고통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펌프질과 병에 물을 담아 놓는 정성이 스스로를 위한 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함을 가져다준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들의 세상을 잘 보면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너무나 많이 갖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기준은 자신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물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방인 출신의 한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여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사랑 가득하시다는 분께서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자존심 상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있을까요? “참내 정말로 치사하네. 내가 이곳에 다시 오면 사람이 아니다.”하면 침을 뱉고 그 자리를 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자신의 체면을 먼저 생각하지 않지요. 예수님만이 자신의 딸을 고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끝까지 매달립니다. 그 결과, 이 여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즉, 아무도 고치지 못했던 딸의 병을 고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만약 이 여인이 자신의 무너진 자존심을 억울해 하면서 화를 내고 그냥 돌아갔다면 사랑하는 딸의 병을 고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나’라는 단어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를 조금만 희생한다면 더 큰 것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지요. 사실 내 체면이 가장 중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체면까지도 버릴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한 배려 깊은 사랑의 실천. 남을 위한 것 같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다 셈을 해주시니까요.

빠다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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