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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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숙 [joanchoi] 쪽지 캡슐

2002-02-04 ㅣ No.3396

참으로 감격스러운 성지 순례여정이었습니다.

 

낮새, 밤새 하늘을 날아 지중해 순례의 첫 일정을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대성당과 불루 모스크의 아름다움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옛날의 영화와 세상 것의 덧없음을 동시에 보여준

화려한 돌마바체 궁전은 오히려 한편의 비극처럼

마음을 싸아하게 하며 나그네의 가슴을 치더군요.

 

잠못 이루던 밤을 접고 에페소로 이동하며 그 옛날의

사도 바울로가 다니시던 길의 흔적을 기억나는 성서 속의 지명과 자꾸 맞추어 보며 유적지를 돌았습니다.

 

확신과 열정으로만이 가실 수 있었던 그 길을

버스로 무심히 돌며 그저 감탄만 하다 보니

부끄러움으로 자신이 보여졌습니다.

 

성 요한의 무덤과 교회, 성모 마리아의 초라한 집과 부엌을 옆에 두고 차가운 밖에서 미사를 봉헌 할 때는

추워서 인지 두려움때문인지 몸이 마구 떨렸습니다.

 

그리스의 아테네는 차라리 실망으로 얼룩지고 파르테논 신전이나 아폴로 신전의 폐허는 볼 것 없는 소문난 잔치처럼 심술만 나길래 차라리 온 몸으로 근대 올림픽 경기장의 잘 닦인 트랙을 힘껏 달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지요.

 

가이드를 갈아치워 목사님을 가이드로 모신 우리들의 고린토행은 바울로 성당 방문과 그 분이 외치던 그 자리의 돌무더기를 제대 삼아 바친 미사 덕분에 거의 바닥이 드러나던 은총의 샘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달랐습니다.

물론 가이드도 머리의 다섯 배 쯤되는 배레모를 쓴

멋장이 예술가(?) 독설가 였구요.

 

천혜의 요새 똘레도의 대성당에서 마주한 베드로의 눈물은 아직도 제게 한없는 연민을 일으키며 엘 그레꼬의 작품들을 찬찬히, 말없이 보게 만들었습니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찾은 깊은 산중의 숙소는 또 왜 그리도 아름다운 별을 보게 하는지요.

 

코르도바 대성전의 웅장함과 그 숨막히는 곳에서의

미사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은총이었구요.

 

다음날 꿈속에 그리던 이슬람 최후의 왕조 알함브라 궁전은 기독교 역시 종교적 폭력 앞에서 결코 죄없다 할 수 없어 저절로 발걸음이 조심스레 움추려졌습니다.

그 대단한, 끝없는 예술의 극치앞에서 사기성 짙은 변론적 해설은 차라리 슬펐습니다.

 

운좋게도 세빌리아의 마카레나 동정 성모님 대성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사를 올리는 영광을 입으며 파티마로 향하는 우리는 전조가 좋다고 기뻐하다가 10시간도 넘게 달려온 우리 앞에 펼쳐진 어두운 성모님의 발현지 모습은 조금은 낯설었습니다.

 

그러나 천상 모후의 관을 쓰신 성모 마리아님은 진정 우리의 어머니로서

너무나 화창한 새 아침을 준비해 두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로 당신이 발현하신 그 자리에서 우리의 미사도 준비해 두셨습니다. 감격으로 벅찬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새삼 우리가 당신 자녀임을 감사했답니다.

 

살아계신 목격자 루시아 수녀님의 생가를 뒤로 하며

아직도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 분의 친척들 손을 잡고

같이 동감하는 성모님의 메세지를 가슴에 깊이 간직하며 그 곳을 떠나 왔습니다.

 

이 모든 일정을 허락하시고 함께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드리며 파티마에서 우리 신부님과 여러 단체, 레지오, 구역등 신자 모든 분들을 봉헌하며 우리 일행들은 진심으로 기도드렸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저희들은 변화된 삶을 삶으로써 우리의 시간과 노력들이 헛되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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