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기쁨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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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3-03-02 ㅣ No.1174

어느날 고백성사를 주는 중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5학년 정도된 아이가 고백성사를 봤습니다. 그래서 보속으로 엄마, 아빠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한가지 하라는 보속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대답을 못하고 한참을 우물쭈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자기는 그 보속을 못하겠으니 다른 보속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엄마 아빠는 자기가 공부를 잘하는 것 말고는 기뻐하지 않는데, 자신을 공부를 더 잘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보속을 주면서, 설겆이를 도와준다던지, 청소를 해준다던지, 아빠 구두를 닦아드린다던지 하는 것을 생각했는데.

 

그 아이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새포도주는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가 아직도 낡은 부대를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는 부모에게 아이는 어떻게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지 짐작도 못하게 되고 말았나 봅니다.

 

세상의 흐름, 세상의 기준이라는 낡은 부대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은 빨리 새부대로 갈아야 합니다. 아이에게 공부만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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