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구역미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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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pjohn] 쪽지 캡슐

2001-04-11 ㅣ No.3806

요한 신부입니다.

어제 마지막 구역미사를 끝냈습니다.

2월부터 시작해서 근 두 달동안의 소공동체미사.

저에게는 부임하여 첫번째 큰 본당행사였습니다.

처음 구역미사를 나갔을 때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어리버리하고, 뻘쭘한 분위기가 아직도 마음 속에 각인되어 있는 듯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능글능글하고 천연덕스러운 모습으로 변화되었지요.

 

미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과 평화의 인사를 하며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비록 술은 잘 못하지만 한 상에 앉아 술잔을 기울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많은 고덕동 신자분들의 얼굴을 맞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성화에 못이기는 척 ’사랑가’한자락 뽑는 것도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신자분들의 순박한 신앙을 접촉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동기 신부들을 만나면 저는 푸념처럼 말을 했습니다.

"우리 본당은 매일 구역미사가 있다." 그러면 다른 신부들은 "야 힘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거 왜 있지 않습니까? 내가 지금 어려움 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럼에도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나를 높이려는 마음.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동기신부들한테나 이런 말을 하지 누구에게 하겠습니까만은 실은 제 마음이 그런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매 미사 나갈 때 마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는 기쁨도 있었고, 좁은 집에 끼여 앉아 가까이 얼굴 맞대며 드렸던 미사에서 풋풋한 신앙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은 좋으면서 안그런 척 했던 것입니다.

 

여하간 그 동안 구역 미사에 참여해 주셨던 모든 신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한 가정의 저녁시간을 기꺼이 포기하시고, 장소를 제공해 주셨던 분들, 맛있는 저녁 만찬을 준비해 주셨던 모든 분들, 또한 이번 구역미사를 하며 거의 성직자 수도자의 역할을 해 주신 주임 신자(남성 총구역장님) 원장 신자(여성 총구역장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수녀님덜도 수고많으셨구요. 물론 지도 쪼매 수고했지요?

주임 신부님을 빼 놓을 수는 없지요. 정말 대단히 정열적인 분이라는 사실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하간 우리 고덕동 공동체가 하느님의 냄새를 더욱 진하게 품어내는 공동체가 되길 기도합니다.

이제 내일부터 성삼일입니다. 하느님의 냄새를 우리 안에 꾹꾹 충전하는 시간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시간되십시요.

그리고 부활하시는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하셔요.

 

머털이 박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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