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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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추기경 [cardinal] 쪽지 캡슐

1999-12-05 ㅣ No.827

한규희,세례자 요한군에게

 

보내준 편지 잘 읽었습니다.

학교도 옴기도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에 입회하기로 되어 있는 성소자라니 대담히 기쁩니다. 우리나라는 사제성소도 필요하고 수도자 성소도 필요합니다. 특히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는 수도자들 복음적 가난을 살 줄아는 수도자가 많이 있기를 간절히 빕니다.

요한은 "천국의 열쇠"에 나오는 프란치스 치셤 신부님 같은 사제가 되고 싶다니 더욱 기대됩니다. 나는 사실 그 소설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았을 뿐 책을 읽지 않아서 주인공을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러나 아씨시의 프란치스코를 닮으려고 노력한다면 훌륭한 수도자가 되리라 믿습니다.

주님의 은총 가득하기를 빕니다. 안녕.....

 

 

안소현에게

 

보내준 편지 잘 받았습니다. 사회복지학과 내년도 학생회장 선출에는 당선되었는지???? 당선되었다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 대학에 강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 "추기경님이 교구에서 세번째로 힘이 쎄다"고 한 말이 무슨 뜻이지요?  교구, 그러면 어느 교구인가요? 아무튼 나는 지금 은퇴한 사람이라 어는 교구이든지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랍니다. 본래 나는 누구랑 팔씨름을 해서 이겨 본 일은 없는 사람이 아니었든가?  하긴 팔씨름을 한번도 해 본 일이 없으니까.

혹시 소현이하고 씨름을 하면 어떻게 될까? 내 짐작으로는 내가 질것 같애. 소현이는 회장으로 출마한 만큼 당당한 여장부일테니까. 그럼 주님의 은총속에 건강하기를 빌어요. 안녕....

 

 

 

김인순에게

 

보내준 편지 고마워요.

찾고 있는 기도시는 내게는 없답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니까 겸손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애요.

겸손은 영어로 Humilrty 라 하지요. 이 말은 라틴말 Humus=땅에서 나왔습니다. 겸손은 땅과 같다는 것입니다.  땅은 모든 것 아래 있지요.   

모든 것이 땅을 딛고 서 있습니다.  그러나 땅은 아무런 자랑도 하지 않고 모든 것 아래 자기를 낮추고 있습니다.  더 내려 갈 수 없을 만큼 내려서 있는 것이 땅입니다. 그리고 땅은 자신을 완전히 열어 놓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땅에 모든 더러운 것을 버리지요.

썩은 것 까지도 버리지요. 그러나 땅은 묵묵히 이 모든 것을 자신안에 받아드립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을 열고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리는 빛과 비를 받아서 그 썩은 것 안에 뿌려진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게 한답니다. 이것이 겸손입니다.  이 겸손의 마음은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당신을 낮추고 열어두고 계십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모든 썩은 것 우리의 죄, 우리의 잘못 모든 더럽고 추악한 것까지도 다 받아드리십니다. 마침내 그분은 이 모든 것을 짊어지시고 속죄의 제물이 되어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분을 죽음으로부터 부활시키어 우리 모두를 죄와 죽음에서 구하고 살리는 생명의 구세주가 되게 하셨습니다.

안녕히....  

 

 

 

 

이효림, 미카엘라에게

 

보내준 편지 잘 받았어요.

아주 아름다운 내용이 담긴 글이군요.

나는 아직 하늘이 왜 아름다운지를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를 못했답니다.

그런데 미카엘라는 그 하늘이 왜 아름다운지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군요. 희망과 기쁨, 슬픔의 수를 놓고 있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구원자이신 하느님이 계시는 그 하늘을 바라보고 살고 있기 때문이라니,

참 내용이 좋습니다. 동시에 요즘 왜 사람들이 그 하늘이 덜 바라보게 되었는지 아파하는 미카엘라의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래요 미카엘라는 이 추운 겨울에 힘겨워하고 떨고 있는 이웃을 많이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한다니 나도 미카엘라를 닮아 함께 그런 이웃들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이 대림절에 구세주의 은총 미카엘라와 미카엘라가 기도속에 생각하는 그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기쁜 성탄과 복된 새해, 대희년을 맞이하기를.. 안녕히

 

 

 

주홍근, 요셉 군에게

 

보내준 편지 잘 받았네.

그동안 성당에 잘 다니지 않은 것을 그렇게 뉘우치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용서를 청하니 하느님께서 요셉을 용서해 주시리라고 믿네. 하지만 신부님을 찾아가서 고해성사도 보고 성당에 잘 다니게 되기를 빌어요.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내에 늦어도 성탄 전에... 그러면 하느님이 기뻐하시고 요셉에게 사랑과 은총 풍성히 내려 주시리라 믿네. 안녕히....

 

 

 

이은정, 소화데레사에게

 

보내준 Love Letter(?)기쁘게 읽었다.

그래요 인터넷은 참 편리해요. 이렇게 서로 얼굴도 모르고 만난 일도 없으면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으니 참 좋은 면이 많다고 생각해요. 데레사는 신내동 중 고등부 교사로서 봉사하고 있다니 진심으로 감사하며 우리 청소년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깊이 심어주기를 바래요. 하느님은 참으로 사랑이십니다. 이보다 더 큰 진리는 없습니다. 이보다 더 큰 기쁜소식은 없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구원과 생명, 기쁨과 희망, 빛과 해방 그 모든 것이 사랑이신 하느님께로 부터 오니까요.

데레사에게 이 하느님의 사랑 가득하기를 빕니다. 안녕....  

 

 

 

김태우, 가누도에게

 

보내준 편지 기쁘게 받았네.

누군가 앞에서 그 스카우트들의 도보 성지순례 이야기를 했더군. 참 뜻깊은 순례길 같군. 우리 옛 신앙의 선조들이 신앙을 처음 받아드리고 뿌린 명례원이 있던 명동성당을 비롯해서 그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서 피 흘리고 목숨바친 순교 성지들을 두루 순례하였으니 소년 스카우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을 것이라고 믿네. 이제 가누도도 젊은 대학생과 둘이서 유럽의 성지순례를 배낭여행으로 하겠다니 참 부럽군. 내가 아직 젊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그 배낭여행이야. 아무쪼록 주님의 은총속에 무사히 다녀 오기를 빌어요. 그리고 많은 것 배우고 오기를.. 안녕히...

 

 

 

조현정에게

 

보내준 편지 잘 받았다.

적성검사를 하여 특수유아 복지사가 되는 것이 소망이요, 그러기 위하여 단국대에 꼭 들어가고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니 기쁘다. 힘내어라. 이 할아버지 마음으로 부터 기도하고 응원한다. 힘내어라. 조 현정 만세!

 

 

 

홍지화,미카엘라에게

 

보내준 편지 기쁘게 읽었다 회답이 너무 늦어 미안하다.

사실 그동안 여기 들어와 볼 여가도 없을 만큼 바빴단다. 그런데 지화는 지금 감기를 몹시 앓고 있다니 염려가 되는구나. 편지쓰고 한 주일이 지났으니 지금쯤은 그 감기도 떨어졌기를 바란다. 그 대신에 신춘 문예에는 반드시 당선되기를 기도한다. 참 대단하구나. 나는 오늘까지 77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신춘문예 당선해 보겠다는 생각도 못해 보았고 그러니 소설같은 글은 써 볼 생각도 못했지.  내 이름으로 낸 두 책은 한꺼번에 쓴 것이 아니고 그동안에 쓴 것을 누군가가 정리해서 출판한거야. 회고록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회고록으로 쓴 것은 아니야. 그럼 지화야, 다시금 주님의 은총속에 건강하고 당선되기를 빈다.안녕히

 

                                          혜화동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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