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성당 자유게시판

누굴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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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apw] 쪽지 캡슐

2000-11-27 ㅣ No.40

첫 눈을 기다리며 그 누구의 전화가 올 것 같은 생각을 해본다.

 "눈이 와요."

하얗게 덮허져 가는 창밖을 보며 깨끗한 마음을 지닌 천사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떨어지는 낙옆을 바라보며 괜스리 서글퍼지던 마음을 달래주러 찾아 올 것 같다.

조용히 차잔 마주하고 앉아 즐거웠던 옛이야기 나누어 줄 누군가가 기다려진다.

"그 분은 거렁뱅이 였어. 그런데 말야. 뭐가 좋다고 그렇게 사람들이 따라다녀?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야! 하지만 보통 사람은 아닌가 봐. 거 있잖아. 기인 같기도 하고, 예언자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한편으로는 구세주라고 하던데."

"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 구세주?"

잠시 눈이 그쳤다.

더럽혀진 땅 바닥이 흰 눈으로 가려져 있고, 나무들은 눈 꽃송이를 만들어 반짝이고 있다.

이 때면 성탄을 기다리며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하다.

나도 일어서야 하겠다.

그분을 마지하기 위해 젖어온 나날들을 청산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하겠다.

누굴 기다린다는 것,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살맛나게 하는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분일 때 나는 더욱 행복해진다.

먼 훗날 왕으로 오시어 사랑과 행복을 가득히 선물항 분이시기에 나는 오늘도 그분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분과 함께 두부 두르치기에 소주 한잔 나누며 거짓없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어느덧 눈 녹은 진흙탕 속이 보인다.

그분과 친해져서 함께 그 길을 거닐며 새싻이 움트는 생명을 이야기 한다.

오늘도 내일을 기다리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새 아침의 새소리를 들으며 밝아오는 태양을 맞기 위하여 긴 밤을 포근히 잠잔다.

주님 깨어날 때 주님과 함께 있게 하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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