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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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1-06 ㅣ No.773

주님 공현 대축일(가해. 2002. 1. 6)

                                               제1독서 : 이사 60, 1 ∼ 6

                                               제2독서 : 에페 3, 2∼3a. 5∼6

                                               복   음 : 마태 2, 1 ∼ 1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에이레에서는 "새해에는 무엇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우정을 위해서만 손을 내밀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면서 건배를 한다고 합니다.  새롭게 시작된 한 해의 시간은 우리에게 가벼운 설렘, 무엇인가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게 합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잘살기를 바라며 한 해를 시작합니다.  올 한 해도 열심히 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괄량이 삐삐'의 저자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는 어느 인터뷰에서"누군가를 설득시키기 위해 동화를 쓰진 않아요.  제 책을 읽고 즐거워하거나 감동 받은 아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제 인생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욕심을 내며 살아가야 하겠지만 그 욕심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을 잊을 수 있습니다. 욕심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생각의 전환입니다.  생각이 변화되지 않고는 삶이 변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변화지 않으면 언제나 우리는 매번 실패한 것을 쫓아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박사들은 별을 보고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떠났습니다.  그들의 떠나는 모습은 하느님의 말씀만 믿고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 나선 아브라함을 생각하게 합니다.  또 노예생활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선입견으로 위대한 분은 좋은 곳,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곳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예루살렘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구세주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욕심에 가득찬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다시 그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두메 산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고을에서 구세주를 만나 경배합니다.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이 왕과 경건한 바리사이파 사람, 율법학자들에게 구세주 탄생의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왕도 아니오,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도 아닌 이방인들이 구세주를 먼저 만나 경배합니다.

  이방인들이 경배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 모습은 오늘 제1독서 이사야 예언서의 "민족들이 너의 빛을 보고 모여들며 제왕들이 솟아오르는 너의 광채에 끌려오는구나.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아라.  모두 너에게 모여 오고 있지 않느냐?  큰 낙타 떼가 너의 땅을 뒤덮고 미디안과 에바의 낙타들이 우글거리리라.  사람들이 스바에서 찾아오리라.  금과 향료를 싣고 야훼를 높이 찬양하며 찾아오리라."하신 말씀을 연상케 합니다.  유다인뿐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의 희망을 전해 주시기 위해 드러내시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모두의 하느님이 되셨습니다.  제2독서인 에페소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들도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면서 유다인들과 함께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한 몸의 지체가 되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선포하십니다.

  바로 주님 공현이란 주님께서 당신을 한 민족에게 드러내신 것이 아니라, 이방인들에게 당신을 알아볼 수 있게 하시고, 경배하게 하심으로 모든 이들에게 당신이 구세주이심을 드러내신 날입니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차이 즉 인종, 학력, 빈부 등의 차이와 문화, 종교의 차이를 뛰어 넘고 모두가 하나이고 하나여야 한다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모두 구원될 수 있다는 것, 모두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지체가 될 수 있다는 엄청난 내용을 깨닫게 한 것이 바로 구세주께서 태어나심을 세상 모든 이에게 드러내는 오늘인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일어나 비추"라고 외칩니다.  우리도 우리의 삶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하느님의 모습,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길을 드러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동방의 박사들이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않고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듯이 우리도 세상과 타협하기보다는 우리의 삶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당장 큰 결과를 얻기보다는 단 한사람이라도 즐거워하고 감동 받는다면 성공한 것이라 말한 린드그렌의 말처럼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조금씩 이루어 나가도록 기도하면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한 줄기 빛이 될 것입니다.  우리 빛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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