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누구를 위한 철도노조 파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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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2-28 ㅣ No.10105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이 20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코레일은 막대한 빚을 지고 매년 영업적자를 보면서도 근거 없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가 하면, 능력과 성과에 관계없이 전 직원이 차장까지 자동으로 승진하도록 하는 등 일반 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를 누려 왔음이 밝혀졌다. 철도노조는 ‘민영화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워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이 같은 엄청난 특혜의 철밥통을 결코 내려놓지 않겠다는 탐욕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철도노조는 말끝마다 국민을 앞세워 민영화 반대를 외치지만 실상은 국민의 혈세로 자신들의 철밥통을 메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코레일은 부채가 17조6000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13억원을 물어야 하는 빚덩이 기업이다. 2008년 7조원이던 코레일의 부채는 5년 사이 2.5배가 늘었다. 그 와중에 영업적자가 연평균 5000억원을 넘어서는 부실기업이기도 하다. 일반 기업이라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도 살아남기가 버거운 상태다. 그러나 공기업이란 이유로 부도를 모면하고, 정부가 매년 적자의 상당분을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그럼에도 코레일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개선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매년 월급을 올리고 성과 없는 성과급 잔치를 벌여왔다. 그동안 무능한 경영진과 강성 노조가 야합해 만든 단체협약의 결과다.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난 코레일의 방만경영 행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파업으로 징계를 받은 사람의 징계를 취소하는 것도 모자라 징계기간의 임금에 위로금까지 얹어주었다. 파업에 참가해 징계를 받아도 아무런 부담이 없고, 오히려 위로금까지 받으니 파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영업적자가 발생했는데도 매년 월급을 올리고 명절 때마다 특별격려품과 상품권을 나눠줬다. 전 직종을 통틀어 연간 평균임금이 6300만원으로 유사 직종의 민간에 비해 2배를 넘고, 직원 자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고용세습제까지 두고 있다. ‘신의 직장’이 따로 없다.

정부와 코레일이 수서발 KTX를 공기업 자회사로 설립하겠다는 것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이 같은 철밥통을 깨서 국민에게 더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간기업이 아니라 공기업끼리 경쟁하라는데도 철도노조가 이를 ‘민영화’라고 호도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철밥통에 손도 대지 말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철도노조 지도부가 ‘민영화 반대’를 무슨 과거의 민주화 투쟁이라도 되는 양 종교시설과 야당 당사를 옮겨다니며 공권력을 우롱하는 행태는 파렴치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경쟁이 싫고 기존의 독과점 특혜를 누리고 싶다’고 말하면 솔직하기라도 할 것이다. 국민도 이제는 철도노조의 허울 좋은 ‘민영화 반대’ 논리의 실상을 안다. 철도노조는 더 이상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지 말고,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하기 바란다.

 

joonga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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