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14년 1월 세나뚜스 지도신부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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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 쪽지 캡슐

2014-02-23 ㅣ No.204

 

새해를 맞이하며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님

 

찬미예수님!

일 년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교구청에 있다 보니 서울 교구에서 유학하고 계시는 신부님들의 연례 피정 지도를 위해서 해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연말에 여러분을 뵙지 못하고 정 추기경님 말씀을 훈화로 대신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교구청 신부님들 10여 명이 2박 3일 피정을 다녀오기로 해서 빠질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며칠 전에 중서울 레지아 단장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지병이 있으셨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돌아가셔서 많은 분들이 놀랍고 당황하셨을 것입니다. 이런 것을 통하여 죽음이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온다는 것, 죽음은 멀리 있고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는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하여 나와 직결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마음에 새기면서 우리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허망한 것 같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분이라도 언젠가는 반갑게 만날 것이라는 것을 믿음을 가지고 슬픔 속에서도 정신을 차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신앙이라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서로 인사도 하고 덕담도 주고받습니다. 올해는 청말 띠의 해입니다. 청이라는 푸른색은 젊음을 상징합니다. 말은 힘과 활력의 상징인데 청말은 더 힘차고 활기 있게 젊게 살아가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앙인으로서 또 신심단체의 일원으로서,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말처럼 힘 있고 활력 있게 마음을 푸르게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말이 아무리 힘의 상징이라고 해도 먹지 않으면 힘을 낼 수 없습니다. 자동차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연료를 넣지 않으면 엔진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인에게나 봉사자에게도 영적인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활력 있게 살아 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신앙인으로서 봉사자로서 힘 있고 활력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지 생각해봅니다. 물론 하느님의 도우심을 받아야 하는데 도움을 받는 가장 큰 것이 성체성사이고 거기에 버금가는 것이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말씀, 성경에 적혀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읽게 되면 언젠가 그분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 닿아서 그때그때 필요한 힘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성경 말씀을 가까이 할 때 성경 말씀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적인 힘을 보충해 주십니다. 성경을 열심히 읽어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입니다. 음식도 잘 먹어야 하듯이 영적인 말씀도 잘 읽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루카복음 8장 15절에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 설명하십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평범한 말씀 같지만 우리 시대에 비추어보면 평범한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시대가 험하고 어지럽기 때문에 또 속이는 사람도 많고 속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더라도 또 행동을 보더라도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보고 듣게 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의심하는 마음이 아니라 바른 마음으로 말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말씀을 마음속에 받아들여 간직하고 시간을 두고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들거나 재미가 없거나 하면 차 버립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 말씀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해서 다 알아들었다고 내쳐버리거나 아니면 그 말씀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해서 떨쳐버린다면 결실을 맺을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을 알아들었던지 알아듣지 못했던지 그 말씀을 우리 안에 간직하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다면 그 말씀이 언젠가는 싹트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서 열매를 맺도록 해야 신자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대의 신앙인들에게 또 봉사자들에게 정말 필요합니다. 한국에 500만 명이라고 하는 신자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겉모습은 주일미사에 나오고 봉사하는 신앙인이지만 또 단체에서 활동을 하지만 마음속에는 세속적인 생각이 가득 차 있어서 신자답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위기가 닥치면 신앙생활을 접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말 신앙인처럼 살아갈 때에 그의 언행을 보면서 다름 사람이 신앙으로 올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그것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 지 생각해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 지 생각해봅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그렇게 살아가신 분들이 많은데 가장 모범적인 분이 성모님이십니다. 레지오에서 사령관으로 모시는 성모님께서 누구보다도 더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아들이셨기 때문에 구세주를 낳아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낳고 기르실 때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성모님은 그 모든 일들을 마음속에 간직했다고 루카복음에 나옵니다. 그래서 어떤 신자보다도 우리 레지오 단원들, 특히 간부를 맡아서 하시는 분들은 성모님을 닮아서 말씀을 간직하고 기다리면서 결실을 맺는 그런 분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 한해 교황님이 오실 수도 있는 중요한 해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부터 솔선수범해서 신자답게 살아서 우리 교회가 새로워지고 나아지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눌 제2독서의 말씀을 보면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교회의 갈라진 모습을 보며 한탄합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게파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하며 분열된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를 섬기는 사람으로서 누구의 파도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바로 오늘날의 교회의 상황을 보면서 반성해야 할 것이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치 사회적인 견해나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하느님을 믿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 하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록 나와 생각이 다르고 견해가 틀리다 하더라도 선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일치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데 일치가 아니고 분열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저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서로 분열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길은 나와 다른 상대도 나름대로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들도 하느님의 아들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들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내가 한 번 더 참아주고, 서로 격하게도 날카롭게도 하지 말고 부드럽게 한다면 긴장은 줄어들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부터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일치와 화합을 이루어 가면서 신자로서 한 걸음 더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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