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어느 방관자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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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선 [spinoza99] 쪽지 캡슐

1999-07-22 ㅣ No.132

신부님 안녕하세요.

우 영선 프란체스카입니다.

바쁘실텐데 제게 글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겐 영광입니다.

어제 처음으로 농성관련 게시판에 들러 보았읍니다. 신부님이 집주인이더군요. 그래서인가요 그 곳은 신부님의 독무대이던데 외로우시겠어요.

조회수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는 것인데 다들 그저 구경꾼들인가요? 한마디씩 하고 가면 신부님도 힘이 나실텐데요.

 

저는 동대문구에 살고 있지만 명동성당을 택했읍니다.

땅값이 비싼 곳에 있어서 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연구실에 앉아 있노라면 세상 밖은 어찌 돌아가는지 안중에도 없고 성공을 향한 질주와 개인적인 평안안에 안주하곤 하지만

그곳에 가면 누군가 세상을 돌보고 있구나

강자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희망이 존재하고 있구나

나도 어서 힘을 길러야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어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깨어있는 자가 되어 돌아옵니다.

간혹 사람들은 성당에 평화를 얻으러 왔다가 농성이나 천막의 풍경들 때문에 오히려 더 산란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간다고 아쉬워 합니다.

신부님 진정한 평화가 무엇일까요?

다들 굶어 죽을 것 같아 집단으로 자살한 어느 가족의 보도 앞에서,

끼니를 거르는 어린 중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도둑의 이야기를 다룬 새로운 빅 뉴스를 통해 관료사회와 자본주의의 화려한 행진때문에 빚어진 c랜드의 악몽을 사람들 기억속에서 쉽게 지우고 사건의 결말을 흐려버린 지배무리들을 흘깃보면서,    

친구에게 점심을 얻어 먹으며 외롭게 공부하는 가난한 대학생들을 대하면서,

궁극적인 참평화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신부님 의견은 어떠신지?

 

고통중에 있는 제 친구가 오늘 한가지 소망을 말했읍니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중에 아무도 면회오는 이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고요.

가령, 음식을 직접 만들어 준다든가, 편지를 써 보낸다든가.

이런 일을 하는 봉사단체가 있는지 물었는데 저도 잘 몰라서요.

친구말이

어쩌면 앞으로 사회에 다시 나오게 될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준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육체가 건강하지 못한 이들을 우리가 돌보듯이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또한 기도가 필요하겠죠. 어서 건강해지라고

인간의 존엄성과 다른 이의 행복을 잘 모르는 범죄자들의 정신

장농안에 거금을 두고 근심하는 부자의 정신

저승갈때 가져가려는지 이익의 최대치에만 혈안이 되어 착취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기업가의 정신

권력을 한손에 들고 다른 손을 금속에 묻는 비리 주인공들의 정신

이 모든 건강하지 못한 정신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도했으면 좋겠어요.

어두은 정신들이 모두 빛으로 돌아오게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물론 헛된 꿈일 지도 몰라요.

하지만 일단은 기도를 해야죠.

 

지구상에서 가장 건강하신 신부님 화이팅!

  

추신; 아직 연락한 후보자가 신부님 한분밖에 없읍니다.

      상품은 반드시 있고

      그것은 신부님의 몫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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