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성당 게시판

안녕하세요! 김희철 신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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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js2] 쪽지 캡슐

2003-01-09 ㅣ No.1163

천호동 신자 여러분! 안녕들 하신지요.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으실테고, 그렇지 못하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천호동을 떠나 연희동에서 1년여를 사목하다가 지금은 너무나도 저에게는 생소하고, 낯설은 경상북도 포항의 해병 1사단 군종 신부로 7개월째 살고 있습니다.

 

사제생활을 처음 시작한 본당인 천호동!

참 재미있게 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도와 주셨던 많은 신자분들.

저를 아껴 주셨던 주임신부님, 보좌 신부의 청이라면 무엇이던지 들어주셨던 당시 총회장님이셨던 장종호 회장님.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우리 청소년 분과장이셨던 정봉섭 형제님. 그 밖에 많은 신자분들과 젊은이들. 지금도 가끔 생각하는 시간들.

 

하지만 한동안 천호동 성당의 그런 추억들이 너무나 힘든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 신자분들도 기억하기 싫으시겠지만, 작년에 있었던 사고......

저는 입대한던 그 날 기차 안에서 전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신부가 되어 함께 동거동락하던 분들. 처음 천호동에 부임 한 날 부터, 제가 입대하기 전날까지 저를 너무나도 과분하게 챙겨주셨던 분과장님. 그리고 제가 직접 뽑아 함께 했던 주일학교 교사의 아버지. 함게 소주도 마시고, 즐겁게 성당 이야기도 나누던 분들 모두

 

장례미사가 있던 날. 저는 영천의 3사관학교에서 혼자 묵주기도를 드렸습니다.

10주간의 짧은 훈련이었지만, 너무나 무기력하고, 삶과 죽음 앞에서 그리고 그렇게 함께 했던 분에 대한 상실감이 저의 정체성까지도 힘들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입관하는 날, 천호동에서 와주신 많은 분들. 함께 묘소를 참배하면서, 재미있고 즐거울때는 함께 하면서도, 어렵고 힘들때는 함게 하지 못함에 송구스러웠습니다. 지금도 가끔 소주 한잔 기울일때면 천호동에서 우리 주일학교 분과의 분과장님과 차장님, 그리고 교사들과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소주 한잔, 맥주 한병 즐겼던 일들이 생각나, 소주 맛이 더욱 씁쓸하곤 합니다.

 

그렇게 많은 장례미사를 천호동에서 하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저의 삶 안에 함게 했던 기억에 대한 죽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 것을 보컨데 아직 저는 배울 것이 많은 초보 신부인 것 같습니다.

 

오늘 유독 이 포항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습니다.

어제는 저희 수색대 아이들 혹한기 훈련 위문을 갔다왔습니다. 혼자 왕복 10시간 정도 운전을 했습니다.

이제 또 다른 부대 위문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오래간만에 천호동 성당 신자분들께 통신을 통해서나마 인사드렸습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올 한해도 주님의 은총이 우리 천호동 신자분들 가정에 함께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아울러 저를 위해서도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경북 포항 해병1사단 충무대 성당 김희철 요셉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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