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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마비시키는 폭력시위 장기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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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7-19 ㅣ No.6442

 

도심 마비시키는 폭력시위 장기화 가능성


- 잠잠했던 폭력시위 18일 만에 재현… 경찰은 '무능력'

- 일부 세력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


 

   지난 17일 촛불시위가 다시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폭력시위로 변질되면서, 심야 서울 도심을 마비시키는 불법 폭력시위가 일상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종교계가 촛불시위를 주도하면서 잠잠해졌던 '폭력시위'는 18일 만에 마스크를 쓰고 쇠파이프와 새총으로 무장한 시위대에 의해 재현됐다. 토요일인 19일에도 대규모 촛불시위가 예정돼 있다. 경찰은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일부 세력은 '정권타도'를 위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 불법시위를 장기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얼굴을 가린 '폭력 시위꾼'


   촛불시위에 다시 폭력이 등장한 배경에는 '전문 시위꾼'들의 복귀가 있다. 지금까지 극렬 폭력시위 현장에는 언제나 복면과 마스크, 모자를 쓰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50~100명 가량의 폭력적인 '시위꾼'들이 있었다. 이들이 시위 대열의 전면에 다시 나오면서 '비폭력' 기조는 순식간에 변질됐다.


   17일 밤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밤 10시30분쯤 시위대 1500여명이 서울 안국사거리 근처 경찰버스 차벽 앞에 몰려 있을 때 마스크를 쓰고 쇠파이프를 손에 든 남자 20여명이 시위대 앞쪽으로 나왔다. 이들은 경찰버스의 철망을 뜯어낸 뒤 쇠파이프로 내리쳐서 유리창을 깨뜨렸다. 일부 시위대가 "이러면 안 된다"고 말리자, "비폭력을 하려면 뒤로 빠지라"고 윽박질렀다.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이들을 해산시키려 하자, 경찰을 향해 새총을 쏘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이 차벽 뒤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해산을 시도할 때쯤, 이들은 어느 순간 대열의 후미로 빠지고 없었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사진 채증을 해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그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다"며 "현 체제 자체에 불만을 갖고 있거나 좌파 단체의 극렬 운동가 출신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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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7일 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사거리에서 촛불시위 참가자 일부가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며 쇠파이프로 경찰 버스를 부수고 있다.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


   촛불시위를 폭력적인 양상으로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것에는 일부 세력의 치밀한 전략도 개입된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촛불시위를 주도해온 핵심 단체인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이하 진보연대) 문건에는 경찰의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이 지난달 30일 진보연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서 확보한 지난 6월17일 '집행정책조직 책임자 연석회의' 문건에는 "(미국과) 재협상이라는 목표만 갖고 단기에 승부를 걸려면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밤에는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낮에는 운동역량의 촛불을 들든가 해 사회를 마비시켜야 한다" "출근 차량이 진입하는 시점에 전경들이 진압(하도록 해), 도시를 마비시키는 전술이 필요하지 않겠나"는 제안도 있었다.


   대책회의의 지난 5월 30일 긴급운영위원회 사업계획에는 '대학생 동맹휴업, 노동계 총력투쟁선포, 유모차 행진 준비' 등의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나와 있다. 이런 계획은 이후 촛불시위에서 그대로 실현됐다.


   무엇보다 진보연대 등은 '미국산 쇠고기'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힐 전략을 일찍부터 노려왔다는 점이다. 쇠고기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1월23일 진보연대의 '반전평화·자주통일위원회 연석회의' 문건에는 "이명박 세력의 저돌적 추진과정에서 대중의 공분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고리를 포착, 대중적 저항전선을 형성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특히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적극 도모한다" "이런 투쟁이 미국과 친미 보수세력에 대한 분노와 투쟁으로 지향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도심 폭력시위가 장기화되는 것을 차단해야 할 경찰은 원칙 없이 갈팡질팡 대응하고 있다. 몇 차례나 "불법폭력 시위 엄단"을 외친 어청수 경찰청장과, "폭력 시위자에게는 물대포에 형광색소를 섞어서 분사한 뒤 색소가 묻은 시위자를 끝까지 추적 검거 하겠다"고 한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의 발언은 모두 '공갈포'로 끝났다.


   17일 밤 경찰은 형광색소를 섞은 물대포를 쏘기는 했으나, '추적 검거'는 하지 않았다. 심지어 보신각 앞 사거리는 50여명에 불과한 시위대에 점거당해 밤 10시30분부터 자정까지 1시간30여분 동안 네 방향 교통이 완전 마비됐다. 그 사이 경찰은 이들에 대한 해산 시도는커녕,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경찰은 도심 불법시위를 막을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이 때문에 심야 도심을 마비시키는 불법 폭력시위가 서울 시민들이 감수해야 할 일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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